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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찰나의 순간 사라지는

모래알같은 내 글

by 봄비

아.. 또 사라진다

저 밟은 발바닥 아래로 아래로

내 모래알을 깊숙이 파묻어버린다

모래알 모래알 모래알 아래

내 모래알은 갈 곳을 잃는다


어느 누군가의 젖은 발바닥은 제 발과 함께

내 모래알을 저만치 멀리 데려가버린다

너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모래알들이 모여 살지 않는 곳으로.

거기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두려움.


숨막혀 죽으나 저 멀리 외따로 죽으나


내 모래알 같은 글은

죽을 운명을 타고났는가


이렇게 저렇게

나조차도

내 모래알을 찾지 못한다

아래로 아래로

까마득히 아래로

저만치 멀리 실종되어 버리는데


중공군의 인해전술 몰려들 듯

모래알, 모래알, 모래알이 몰려오면

나도 나의 잔해를 찾을 수 없다.

대체 내 글은 어디있는가.

스크롤이란 최신 장비로

망망대해같은 백사장을 파고파고 또 파도

내 글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몇 십년 뒤 유해발골작업 중

나의 흔적은 나타날까






글을 올리고 브런치나우를 들여다봅니다.

찰나와도 같은 순간

인해전술이 펼쳐집니다.

잠시 한눈 판 사이

제 글은 저 아래 저 아래로 내려가지요

누가 저를 기억해 찾아주겠나이까

이 설움은...

타고난 재능없는 이 설움은

어머니 탓일까요

아버지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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