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같은 내 글
아.. 또 사라진다
저 밟은 발바닥 아래로 아래로
내 모래알을 깊숙이 파묻어버린다
모래알 모래알 모래알 아래
내 모래알은 갈 곳을 잃는다
어느 누군가의 젖은 발바닥은 제 발과 함께
내 모래알을 저만치 멀리 데려가버린다
너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모래알들이 모여 살지 않는 곳으로.
거기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두려움.
숨막혀 죽으나 저 멀리 외따로 죽으나
내 모래알 같은 글은
죽을 운명을 타고났는가
이렇게 저렇게
나조차도
내 모래알을 찾지 못한다
아래로 아래로
까마득히 아래로
저만치 멀리 실종되어 버리는데
중공군의 인해전술 몰려들 듯
모래알, 모래알, 모래알이 몰려오면
나도 나의 잔해를 찾을 수 없다.
대체 내 글은 어디있는가.
스크롤이란 최신 장비로
망망대해같은 백사장을 파고파고 또 파도
내 글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몇 십년 뒤 유해발골작업 중
나의 흔적은 나타날까
글을 올리고 브런치나우를 들여다봅니다.
찰나와도 같은 순간
인해전술이 펼쳐집니다.
잠시 한눈 판 사이
제 글은 저 아래 저 아래로 내려가지요
누가 저를 기억해 찾아주겠나이까
이 설움은...
타고난 재능없는 이 설움은
어머니 탓일까요
아버지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