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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엄마 때문이야

feat. 유도분만

by 봄비

엄마!

나를 왜 낳았어 묻지도 않고.

내가 엄마 뱃속이 좋아서

나오고 싶지 않았단 걸

엄마도 몰라주면 누가 알아.

아니면 내가 세상구경 나오고 싶을 때까지

조금더 기다려보지 그랬어.

하필 火가 3개나 된다는 그날 그 순간에

나를 낳다니...


그러니 내가 자꾸 화가 나잖아,

시시때때로 기차 화통처럼 불이 올라온다고!


다 엄마 때문이야.







화가 치밀던 어느 날 썼던 글입니다. 다음에 또 화나는 날 꼭 발행해야지 마음 먹었던. 바로 지금같은 순간!


예정일이 되었는데도 내가 세상에 나올 기미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도분만이라는 걸 했대요. 저를 키우면서 제가 유난히도 까탈스럽고 또 까탈스러웠다고 합니다. 예쁘다고 안아주려는 사람들도 때리려고 팔을 휘두르는 .. 처키를 닮은 아이였을까요?


제 사주에 火가 3개나 있다고 합니다. 왜 하필 그런 날, 그런 시에 굳이 유도분만으로 저를 낳았냐는 하소연이지요. 저는 조금 더 있다가 火가 없는 그 때에 세상 구경을 나오려고 했어요. 온화한 마음으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느긋한 심성으로 그렇게 살려고 기다리던 저였단 말이지요.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었어요. 다 맘에 안드니까요. 느적느적 자기 속도로 가다가 나만 신호등에 걸리게 하는 앞 차 운전자, 엘리베이터에서 자기 사연 다 듣게 떠드는 사람,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미안한 일에 미안하다고 말 안하는 사람,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사람, 차 마실 때 후루룩 소리 내는 사람, 조용한 도서관에서 입소리내며 떡을 먹는 사람....


그게 뭐라고 화가 날까 하실 일들이지요? 하지만 유도분만으로 화가 3개나 있는 시간에 태어난 저는 아주 제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다 엄마 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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