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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쉬어도 계속 피곤할까?

문제는 몸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당신의 생각이다

by 하레온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뉴스의 속보, 메신저의 알림음, 잠들기 직전까지 머릿속을 떠도는 수많은 자기 대화까지.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우리의 마음은 그 속도에 맞춰 달리다 이미 과열될 대로 과열되어 버렸죠.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찌뿌둥함,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채움’일까요, 아니면 잠시의 ‘비움’일까요? 계속해서 돌아가는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와 숨을 고를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당신에게 제안하려 합니다. 아주 작고, 지극히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습관을요. 바로 하루 단 10분간의 침묵입니다. 이 글은 당신을 복잡한 이론이나 어려운 수행의 세계로 이끌지 않을 겁니다. 대신, 당신의 일상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고요’를 스며들게 하는 법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장: 생각의 과잉이 만든 피로 - 당신은 '생각 중독'입니까?

Image_fx - 2025-10-14T204049.545.jpg 수많은 디지털 소음과 알림 아이콘으로 가득 차 과부하가 걸린 사람의 머리 실루엣을 표현한 미니멀리즘 삽화.


혹시 ‘생각 중독(Thought Addiction)’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잠시의 정적도 견디지 못해 습관적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트는 모습. 바로 우리 대부분의 모습일 겁니다. 생각 중독이란, 끊임없이 무언가를 분석하고, 걱정하고, 계획해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심리 상태를 말해요. 마치 뇌가 잠시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회전하는 자동차 엔진처럼 말이죠.


IT 회사 7년 차 김 대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는 성공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집니다. 그는 늘 피곤했지만, 정작 왜 피곤한지는 몰랐습니다. 일이 아니라, 생각이 그를 지치게 하고 있었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으로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온갖 정보들을 머릿속에 쑤셔 넣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집에 와도 머리가 계속 일해요. 멈추질 않아요.”


이것이 바로 생각 중독의 실감 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시간 낭비'나 '무능'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생각의 감옥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바로 이 ‘생각 중독’이라는 보이지 않는 병을 진단하고, ‘침묵’이라는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해독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2장: 뇌는 침묵 속에서 회복된다 - 고요의 신경과학


흔히 '멍 때린다'고 표현하는 시간, 사실 그때 우리 뇌는 절대 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별한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영역이 있는데,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릅니다. 이 DMN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리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즉 '자기 성찰'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그런데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생각 중독'은 이 DMN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부정적인 생각의 되새김질이나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바로 여기서 침묵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침묵은 뇌 속의 ‘배경 소음 제거기’와 같습니다. 쓸데없는 알림을 꺼주고, 중요한 생각만 또렷이 들리게 하죠. 의도적인 침묵과 명상은 바로 이 DMN의 과활성화를 막고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결국 DMN은 우리의 내면 라디오이고, 침묵은 그 주파수를 맑게 맞춰주는 기술인 셈입니다.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진정한 자기 이해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을 넘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버드나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들은 명상이 스트레스와 불안에 반응하는 뇌의 편도체 활동을 감소시키고,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오히려 활성화시킨다고 보여줍니다. 이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물리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구성된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의 변화는 반드시 몸의 변화를 동반합니다. 우리가 침묵 속에 머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고 요동치던 혈압이 안정되며 심장 박동도 차분해집니다. 침묵은 우리 몸의 시스템 전체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제인 셈입니다.




3장: 하루 10분, 침묵 명상 루틴 - 가장 단순한 마음챙김의 기술

Image_fx - 2025-10-14T204144.932.jpg 고요를 통한 회복의 기술


그렇다면 이토록 좋은 침묵을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요? 거창하고 어려운 명상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침묵 명상’의 핵심은 생각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생각의 강물을 그저 강둑에 앉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없음'의 상태가 아니라,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음'의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죠.


다음은 당신의 일상 어디에서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초심자를 위한 10분 침묵 명상 가이드입니다.


장소를 정하라 – 조용한 곳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출근길 차 안, 점심시간 공원 벤치, 잠들기 전 침대 위도 훌륭한 명상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을 편히 세우라 – 긴장은 풀되 허리는 곧게. 의자에 편안히 앉거나, 누워도 좋습니다. 손은 무릎 위에 편안하게 올려두고, 눈은 감는 것이 좋지만 불편하다면 바닥의 한 점을 응시해도 괜찮습니다.


숨의 리듬에 귀 기울여라 – 들어오고 나감을 느껴보세요. 다른 모든 생각은 잠시 옆에 두고, 오직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만 집중해보세요. 코끝을 스치는 공기의 감각, 배가 부풀어 오르고 꺼지는 움직임을 느껴보는 겁니다.


생각을 붙잡지 말라 – 그저 흘려보내면 됩니다. 당연히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겁니다.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부드럽게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오면 됩니다. 생각을 억지로 누르려 애쓰지 마세요.


고요를 음미하라 – 눈을 뜨기 전, 평온을 느껴보세요. 알람이 울리면 천천히 몸의 감각을 느끼며 의식을 되돌립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까딱여보고, 부드럽게 눈을 뜨세요. 잠시 동안 고요가 주는 평온함을 음미합니다.




결론: 고요를 배우는 사람의 하루


수백 년 전, 철학자 파스칼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혼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을 찾아 헤맵니다. 어쩌면 침묵 속에서 마주하게 될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이 두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편한 고요와 정면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당신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비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의 시끄러운 하루에 아주 작은 ‘쉼표’를 찍는 법을 제안할 뿐입니다. 하루 10분의 침묵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 당신은 외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의 중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흘려보내는 10분,


그 짧은 시간 속에 어쩌면 인생의 균형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그 10분을 온전히 나에게 선물해보세요.


고요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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