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Craft?

라이프크래프트냐 라이프 크래프트냐 사이의 고민

by 윤형준

글 시작 시각: 미국 동부시 2025년 8월 18일 오후 12시 08분


지난 글에서 자기소개의 마지막 부분에서 LifeCraft라는 작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 글을 쓰겠다고 하였다. LifeCraft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였다.


스타크래프트StarCraft는 들어봤는데, 라이프크래프트라고? 요즈음 조직에서는 잡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고 하는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미래의 일과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창조해나가는 과정을 ‘LifeCraft’라고 명명했다. (p.16)


사실 이보다는 긴 소개가 필요하다. LifeCraft 책의 내용은 현재 계명대의 안성식 교수님이 고려대 경력개발센터에서 근무할 당시인 2012년, 안 교수님의 요청으로 내가 가진 이론 기반 프로그램을 구조화하여 5일짜리 캠프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이를 기존에 센터에서 활용하던 이름인 "커리어리더십캠프"라고 재명명하였다. 내 프로그램이 커리어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프로그램은 팀제로 운영되어 팀 미션도 있고 팀 목표도 있는 액션러닝의 형태로 운영되었던 바,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넣어도 손색이 없었다. 이렇게 나의 프로그램은 고려대에서 6년 이상 운영이 되었고, 모로코의 알아카윈대를 포함하여 몇 몇 대학에서 10년 이상 "커리어리더십캠프"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최초에 지은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사실, "Mission: Impossible?!"이었으며, 이는 해당 프로그램의 부제가 되었다. 그런데, 왜 Mission: Impossible로 지었으며, 물음표와 느낌표는 왜 넣었는가? 이는 나는 개개인들이 첩보영화에 나오는 비밀요원들(시크릿 에이전트)처럼 어떠한 목표라도 기어코 달성해내고야 마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물음표는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느낌표를 통한 에이전트로서 가져야 할 목표달성 의지의 표현이었다. 2007년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주로 활용하는 이론도 인간을 자신의 삶의 에이전트로 보는 휴먼에이전시이론이다. '꿈의 실현'이 나의 인생 주제 중의 하나인터라, 휴먼에이전시이론을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LifeCraft가 되었나? 커리어리더십캠프는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이 되었는데, 사실 중년인 분들을 대상으로도 적용한 결과, 그들도 이 방법론을 통해 삶의 방향이 생기고 주도적이 된 경험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커리어리더십캠프의 내용은 또 다른 이름으로 리더들에게 활용도 되었기도 했다. 내가 해왔던 것은 사실 이론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적용이었고, 시작점이 대학생들이었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내게는 이 방법론 전체에 대한 대중을 위한 브랜딩이 필요했다. 나는 이 방법론을 영어로 Human Agency Based Individual Transformation (HABIT) 모델이라 명명했고, 학술지에도 개제 된 바 있다. 하지만, 브랜딩으로서 HABIT은 식상했고, '커리어리더십캠프'는 청소년 대상의 느낌이 강했다. 'Mission Impossible?!"은 아무리 물음표와 느낌표를 넣었다 하더라도 카피의 느낌이 강했다.


현재 LifeCraft 책에 소개된 방법론은 내가 근무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교양과목으로 채택되어 "Career Planning and Life Design"이라는 명칭으로 개설되어 있다. 이 교양과목의 제안서를 만들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것인가를 생각했다. 보수적인 대학의 의사결정자들은 "LifeCraft" 단어가 주는 생경함에 이 표현을 지지하지 않았고, 과목의 명칭은 식상하지만 매우 직관적인 제2의 대안으로 갖고 있던 명칭인 "Career Planning and Life Design"으로 결정이 되었다. 나는 LifeCraft라는 브랜딩이 처음에는 혼선을 줄 수 있지만, 내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10년 넘게 관찰해 왔기에 향후에 고유명사로 쓰일 것을 확신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방법론은 "꿈의 실현"에 대한 것이지만, 온전히 커리어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나의 이론가로서 굳이 계파를 따지자면, 도널드 수퍼 (Donald Super)의, 한국에서는 진로발달이론이라 불리우는 Life Span Life Space 이론이다. 나는 수퍼와 함께 협업을 했던 수퍼학파로 분류되는 스펜서 나일즈 (Spencer Niles) 교수님의 제자이자 동료이다. 또한 커리어개발 쪽의 무척 영향력 있는 마크 사비카스 (Mark Savickas) 교수님도 수퍼의 영향을 받은 것이 역력하고, 그분의 이론은 Life Design 이론으로 불리운다.


나는 이 방법론의 브랜딩에 Career보다는 Life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수퍼의 이론처럼, 커리어와 삶은 뗄레야 뗄 수 없고, 자신의 정체성의 발현이 직업적으로도 되지만, 다양한 삶의 역할을 통해서도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LifeCraft 책을 작성하며 나는 일 (Work)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렸다.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나와 남을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의미 있는 활동"이다 (p. 19). 이 정의를 따른다면, 이 "활동"이란 것이 직업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여가를 준비하는 과정도 일이 될 수 있고, 봉사자로의 활동도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짧게, 임팩트 있게 표현할 것인가...? Life Design이라는 표현은 이론의 이름으로도 이미 있고, 사비카스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식상한 면도 있다. 나는 이미 이론의 명칭은 있기에, 좀 과감하게 대중적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Design보다는 역동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Craft'는 어떨까? Job Crafting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말이지...' Life Crafting이라고 하는 것도 너무 Job Crafting을 따라하는 것 같아 식상하고. 'Life와 Craft를 붙여쓰면서, C를 대문자로 하자!' ... '보자,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했지? 이것도 Star와 Craft를 붙여써서 고유명사를 만들었네? 좋아. 확정이다.' 이렇게 되었다. 내친김에 게임적인 느낌까지 입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결정했다. 학계의 비판도 괜찮다. 어차피 나는 이론명칭을 만든 것이 아니고, 내 방법론의 브랜딩을 만들었으니까. 출판사에 제안을 할 때도 이 책은 LifeCraft의 중년버전임을 명확히 했다. LiftCraft 10대 버전, LifeCraft 청년편, LifeCraft 노년편, LifeCraft 리더편, LifeCraft 조직편 등이 나올 수 있다. 어떻게 이것이 이렇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은 분들은 반두라의 휴먼에이전시 이론과 나의 HABIT 모델 관련 논문을 참고하시길 추천드린다.


하지만, 사알짝 학문적인 욕심이 고개를 든다. LifeCraft가 완전 고유명사라면, 책의 제목은 띄어쓰기 없이, "라이프크래프트"여야 했다. 하지만, 나는 '라이프 크래프트'로 제목에서 띄어쓰기가 되는 것을 방조했다. 'Job Crafting과 Life Crafting이 어떻게 달라요?'라는 질문을 벌써 받는다. 나는 라이프 크래프팅이란 단어를 의도하지 않았으나, 일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내린 김에 이와 연관되는 개념으로서 Life Crafting을 학문적으로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유혹이다.


LifeCraft_라이프크래프트.png

주. AI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필자는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


LifeCraft는 반두라에 기반을 했지만, 수퍼도 엮었고, 사비카스도 엮었고, 희망 이론도 엮었고, 사명선언문도 엮었으며, 삶의 전략과 전술 또한 엮어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이라는 게임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하듯 나에 대해서, 나의 자원, 강점(전투력), 약점, 환경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삶이라는 게임을 계획하고, 하루하루 게임에 임하며 능력치도 높여가고, 결국에는 승리하는 전투를 늘려 나가는 것이다.


나는 HRD, 커리어개발, 조직개발 분야에서 이론들과 춤을 춰왔다. 나는 여러개의 측정도 가능한 이론을 만들었으며, HRD 분야에서 이론개발이 주 목적인 학술지인 Human Resource Development Review의 부편집장 역할 또한 했다. Foundations of Human Resource Development라는 HRD 분야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최신판에 나의 두 가지의 이론, 즉 "직무 중심 커리어 단계 이론"과 "종업원 커리어개발 통합 모델"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조직개발에서는 조직이나 유기체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Open System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관련 모델도 3가지를 목적에 따라 만든 바 있고, 모두 누군가의 박사 논문의 틀로도 활용되었다.


혹자는 청소를 잘하려고 하다가 새로운 청소기를 만들어버렸다 하는데, 브랜딩 목적으로 작명을 한 것이 새로운 이론개발로 관심이 돌려지는 느낌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지만, 에너지가 이리로 흐른다.


원래, "LifeCraft의 작명 배경으로 시작"을 하렸던 글이었는데, 글이 길어져서 마쳐야 할 것 같다. 다음 글에 대한 주제의 방향을 잃었다. LifeCraft의 의미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인가. 이 늪에서 빠져나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가? 결정을 내린 후에 다음 편 혹은 다다음 편에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감상평과 더불어 LifeCraft와의 관련성을 풀어보고자 한다. 관련성은 매우 간단하다 :).


글 마침 시각: 미국 동부시 2025년 8월 18일 오후 1:53 (몇 몇 학생들의 방문으로 1시간 45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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