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말들을 삼키며.

by 수영


둘째가 욕실에서 미끄러졌다.

꽈당~소리와 이어서 들리는 비명과 울음소리.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후다닥 뛰어가보니 둘째가 허벅지를 만지며 울고 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욕실 바닥을 보니 물이 흥건하다.

방금 전 남편이 샤워를 했단다.

'아이가 같이 쓰는 욕실을 이렇게 물이 흥건하게 해 놓으면 어떡해!'

비난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꿀꺽 삼킨다.

예전에는 참지 못했던 말들이 요새는 그래도 삼켜질 때가 있다


비난은 참 쉽다

비난을 시작하는 순간 문제의 탓은 상대에게 가고 나는 문제 밖에 서게 된다.

모기 물린 자리를 박박 긁는 것처럼 순간 시원하다.

약간 짜릿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를 악화시킨다.


경험상 비난은 단 한 번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

비난을 들은 사람은 즉각 공격에 대한 방어 모드로 전환한다.

내가 상대를 비난하면서 원하는 반응은 '후회'와 '반성'이지만 돌아오는 건 '핑계'와 '역공격'이다.


아니! 화나는데 말도 하지 말란 이야기냐!!

(아빠를 비난하며 싸우는 엄마에게 비난하지 말라고 했더니 엄마가 하셨던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참았다가 모두의 기분이 괜찮을 때 비난을 빼고 담담히 말해야 한다.

'애가 욕실에서 넘어졌을 때 다쳤을까 봐 많이 놀랬어. 아직 애가 어리니 넘어지면 많이 다칠 수 있을 것 같아. 샤워하고 나면 벽에 걸린 스퀴지로 물기 제거해 줄 수 있을까?'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제일 큰 도움이 된다.


이건 남편 말고 아이한테도 너무나 중요하다.

부모는 비난하는 줄도 모르고 아이를 비난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아이의 잘못이 보일 때마다 계속 지적한다.

아이는 어른처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럴 때 아이의 마음에는 '속상함'이 생긴다

이후 크면서는 '억울함'과 '반항심'이 생기거나 아니면 '나는 나쁜 아이야'라는 '자기 비하'가 생긴다.


그럼 내 아이를 훈육도 하지 말라고 놔두란 말이야!


훈육과 비난은 다르다.

그것을 아이를 비난하는 부모만 모른다.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삼키지 못하고 내뱉는 모든 말은 보통 비난이다.

꿀꺽 삼켰다가 내 머릿속에서 한번 헹구고 다시 꺼내는 말이 훈육이다.

헹군 다음 짜내고 탈탈 털고 말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어린아이는 모기에 물리면 참지 못하고 계속 긁으면서 결국 상처를 크게 만들고 만다

하지만 커가면서 가려운 것들을 긁지 않고 참아낸다.


오늘도 가려운 말들을 꿀꺽 삼킨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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