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부모님 댁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처가로 향했다.
명절에는 어딜 가나 그렇듯이 차가 막혔다.
세차게 비까지 오니 막히지 않는 도로에서 조차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출발하고 2시간 정도 지났으나, 여전히 절반이나 남았다.
차가 계속 막히다 보니 졸음이 쏟아졌다.
나름 박하사탕도 먹어 보고, 과자도 먹어 보고 하는데도
잠시는 괜찮았으나, 완전히 졸음을 쫓지는 못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조수석에 앉은 아내에게 노래를 틀어 달라고 했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YB 밴드부터 시작했다.
나오는 노래를 소리 내어 따랄 불렀다.
몇 곡을 그렇게 따라 부르다 보니,
거짓말처럼 졸음이 싹 사라졌다.
여행 갈 때, 기분을 업 시키려고 노래를 틀어서 따라 부른 적은 많았는데,
졸음을 쫓기 위해서 노래를 따라 부른 적은 처음이었다.
다음으로 김광석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이 분의 노래 중에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다 듣고 난 후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지나고 나니 서른도 청춘이더라.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지."
"...... 맞아, 진짜 청춘이지."
20대 마지막이었던 29살 때,
곧 서른이 된다는 생각에 갑자기 우울했던 기억이 났다.
소위, 계란 한 판.
그때는 이제는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빨리 회사에서 뭔가 성과를 많이 내야 하고,
서둘러 여자 친구도 사귀어서 결혼도 해야 하고,
결혼하려면 돈도 모아야 하는,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었다.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똑같은 한 살이라도, 그 느낌은 열 살 더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중년이 된 나이에 서른을 돌아보니,
혈기 왕성한 청춘이다.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다는 말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다.
30대에 집이 없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등과 같은 것들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느 날 나이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날에는,
느닷없이 나이에게 뺨을 세차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게 된다.
이제는 30도 청춘이다.
이미 출발 한지 시간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해도 어떤 일이든 능히 해 낼 수 있는 나이다.
그러니,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깨를 움츠릴 필요가 전혀 없다.
또한, 서른이 지난 40대, 50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아직 두 번째 서른은 오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