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숭배하는 빛들
태양을 숭배한 자에게
그는 동공 안에 부레옥잠을 심었다.
스마트폰을 숭배한 자에게
그는 붉은 강에 블루라이트를 던졌다
밝고 강한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찬란함
숭배의 대가는
유리알 같은 수정구슬 속
불어나는 먹구름
부레옥잠은 멈추지 않고
푸른 바다에 번지고
숨이 차오른 물고기가 배를 드러내고
유영한다.
빛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빛을 숭배한자
빛을 잃어가고
어두움을 거스른 자
빛이 꺼져간다.
빛은 빛일 뿐
숭배 말고
마음에 담지도 말고
평행성처럼
그저 그냥 그 자리에만 있어다오
숭배 말고
마음에도 담지 말고
<시습작노트>
공군으로 정년으로 예편하는 지인이
최근 백내장으로 수술을 했다.
공군 비행장에 주로 계시던 분인데
강한빛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안구 깊이 살던 백내장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요즘 밤에 전자책을 많이 보는 나도
급격하게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두움에 핸드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망막을 녹일 수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의 그들과
그리고 핸드폰을 숭배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걸리는
고질병
자칫 진짜 소중한 일상의 빛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의 연장이
시를 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