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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모시는 신 종류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고 기대며 살아가는 순간도 있다.
혼자선 감당하기 힘든 일 앞에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신을 찾았다.
그 신과 인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가 바로 ‘무당’이다.


얼마 전 우연히 무속 관련 책을 읽다가

‘무당이 모시는 신의 종류’라는 문장을 마주했다.
막연히 한두 신만을 모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 세계는 생각보다 더 넓고 입체적이었다.


하늘의 신, 땅의 신, 사람의 신

전통적으로 무당이 모시는 신은
크게 천신, 지신, 인신으로 나뉜다고 한다.

천신(天神) 은 하늘의 신들.
옥황상제, 일월성신—해와 달, 별까지.
하늘은 늘 멀고도 광활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인간을 내려다보는 어떤 질서가 있다고 믿어왔다.


지신(地神) 은 땅의 신들.
산신, 수신, 용신, 토지신까지.
산과 물, 흙과 바람—
우리를 감싸는 자연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주인이 있다고 생각한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인신(人神) 은
사람의 모습을 한 신들이다.
장군신, 대감신, 왕신, 명부신…
한때 이 땅을 살았던 이들이
신의 자리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을 돕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여기에 불교신, 동물신, 방위신, 칠성신, 사귀처럼
무속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스스로의 우주를 만들어왔다.


신의 종류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의지해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무당과 신 사이의 조용한 연결

무당은 단순히 신을 부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신과 인간을 잇는 중개자,
두 세계를 오가며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소원, 걱정, 억울함, 바람—
말로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신에게 대신 전하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다시 건네는 사람.


특히 무당에게는 그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특별한 신이 있다고 한다.
이를 몸주신이라고 부른다.
강신을 받는 과정에서 누구와 연결될지 결정되는데,
어쩌면 그 순간은
한 인간의 운명이 조용히 방향을 트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존중하는 마음

무속의 세계를 이해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마음만큼은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
어디에도 내놓지 못한 아픔,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그 마음을 대신 들어주고
신에게 건네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은
참 오래된 위로처럼 느껴진다.


무당이 모시는 신의 종류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읽어내는 일이다.


그 믿음이 진짜든 아니든,
세상은 여전히 보이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로 가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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