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커리어 피보팅의 시대가 왔다

by 쎄오 스텔라

"너는 왜 한우물을 파지 못하니? 자꾸 회사를 옮기니 내가 다 창피하다!!"

이직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나를 꾸짖었다. 친구들은 내 명함이 바뀔 때마다 "네 명함만 벌써 세 개째야" 하며 웃었다.

나 스스로도 친구들은 한 길을 찾아 정착하는데, 나만 아직도 불안하게 떠도는 건 아닌지,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애니메이션 작가 세 명과 함께 작은 회사를 만들었다. 애니메이 션 원화작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주로 작가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이 되었다. 1대주주 였지만 애니메이션에 문외한이었던 나보다는 실무자였던 공동창업자들 위주로 회사가 운 영되었다. 회사는 내가 출근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경험과 역량을 쌓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후 내 커리어를 간단히 요약하면 색조화장품 브랜드 런칭팀에서 브랜드마케터로 일했 고, IT 회사에서 ERP Client Support 컨설턴트, 글로벌 카메라회사에서 ERP, PI컨설턴트로 일했다. 그 후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고, 식품 대기업에 경력입사해 마 케팅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이커머스 다이어트 식품 기업의 CEO가 되었다. 지금은 로 지스틱스 그룹 두개의 계열법인에서 전문경영인(CEO, CSO)으로 일하고 있다.

뷰티, 식품, IT, 이커머스, 로지스틱스. 산업은 다양하고 상호 관련성은 별로없어 보일 것이 다. 그러나 나는 이전 커리어에서 배우고 익힌 고유한 역량과 기술을 중심축으로 삼아 방향을 전환해 왔다.

이렇게 기존 단계에서의 고유 역량을 축으로 두고 방향을 틀어 새롭게 확장하는 것. 이 것이 커리어 피보팅이다.



왜 지금이 커리어 피보팅의 시대인가?


"40대가 한창 연봉을 높여갈 나이인데, 무슨 조기 은퇴야? 철없이..."

30대 중반, 나는 40대 이후는 내 사업을 하거나, CEO가 되거나. 어쨋거나 직장인으로서는 40세 전후로 은퇴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선배가 해준 말이다.

"인간은 각 연령대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게 있어. 20대까지는 일할 수 있는 준비, 그러 니까 공부와 학습. 30대는 가정을 꾸리고 평생 할 직업 하나를 시작해야 하고, 40대는 자 산을 가장 많이 형성해서 중년 이후 삶을 준비해야 해. 그리고 50대는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지.”

“30 40대를 그렇게 변화로 불안하게 하면 평생이 흔들리는 거야"

그때는 선배 말이 어느 정도 맞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틀렸다.


100세를 살게 된 우리,


50세에 은퇴하는 직장인 평균 기대 수명이 84세를 넘어섰다. 지금 중년들은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크다.

반면, 회사에서 일하는 평균 재직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년을 채우기도 어렵다는 통계가 나온다.

인간으로서의 수명은 길어지고, 회사원으로서의 수명은 짧아졌다. 냉혹한 시대다.

'직장=평생'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한 곳에서 30년 일하고 정년퇴직하는 시나리오는 이제 소수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50대 초반, 어떤 이들은 더 이른 나이에 첫 번째 직장을 떠 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문제다. 20년 일해서 번 돈으로 50년을 버티려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결국 답은 하나다. 다음 커리어로 이어가야 한다.

첫 번째 직업 이후 두 번째 직업, 세 번째 직업. 끊임없이 피보팅해야 한다.

린다 그래튼 과 앤드류 스콧의 라는 책에서는 이를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인생에서 다단계 인생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배우고, 일하고, 다시 배우고, 다시 일하고. 생애 주기 내내 반복된다.

일본을 보면 더 명확하다. '종신 고용'의 나라 일본. 그곳에서도 이직과 전직이 뉴노멀이 6 되었다. 10년 사이 전직 관련 산업 매출이 3배 이상 커졌다. 기업들도 경력직 채용을 늘 리고 있다. 제조업 기반 사회가 고령화와 디지털 산업화를 만나며 고용의 안정성보다 역 동성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AI의 등장, 그리고 달라진 게임의 룰


AI가 등장했다. 이제 많은 일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매일 듣는다. 맞다. 실제로 그 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AI가 대체하는 건 경력자가 아니라 신입사원이라는 점이다. 왜 그럴까?

AI는 'How'를 잘한다.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 절차를 따르고, 패턴을 학습하고, 반복 작 업을 처리하는 것은 이제 AI에게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Why'와 'What'은 다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전략을 짜는 것. 이건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 이것도 경험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무엇을 AI에게 맡기 고, 무엇을 내가 해야 하는지 판단하려면 일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피보팅 역량'이다.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고, 배운 것을 새로운 곳에 적용하는 능력. 이것이 AI 시대의 생존 코드다.

지금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첫째, 기술이 일자리를 바꾸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직무 구성이 크게 재편될 것이라 예측했다. 인공지능, 지속 7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의 내용이 달라진다.

실제로 재교육, 업스킬링을 준비하고 있는 근로자 비율이 41%에서 50%로 늘었다. 절반 이 넘는 사람들이 "새로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배우며 이동하는 것. 그게 이제 보통의 삶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일의 변화 속도가 기존 교육의 반감기보다 빠르다. 링크드인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절반가량이 이렇게 말한다. "현재 우리 조직에는 전략을 실행할 스킬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에서 배운 것도 금방 낡는다. 계속 업데이트해 야 한다. 피보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셋째, 사람들은 이미 AI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가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스스로 AI 도구를 찾아 쓴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먼저 써 보고 익숙해진 사람이 기회를 선점한다. 학습 곡선을 앞당긴 사람이 상승기류를 탄다. 결국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이긴다.


그래서, 지금이다

선배가 말했던 "30, 40대를 불안하게 하면 평생이 흔들린다"는 말.

이제는 오히려 반대다.

30, 40대에 변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평생이 흔들린다.



한우물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여러 우물을 파되, 그 경험들을 연결하는 시대다.

앞서 소개한 도서 『100세 시대』에서 말하듯, 재교육·재충전을 해야 자산(스킬·관계·건강)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즉, 10~15년 주기의 '역량 리밸런싱'을 경력의 기본 가정으로 삼아 야 한다.


평생 직장의 종말은 불안의 서사가 아니라 기회의 서사다. 회사의 수명은 짧아지지만, 경력의 수명은 길어졌다. 장수 시대에 진짜 안전망은 '조직 충성'에 있지 않다. 조직이나 기존의 틀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유연하게 생각하며, 본인이 가진 스킬 자산을 체계적으로 불려 가면 피보팅은 모험이 아니라 전략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사용법과 독자에게 드리는 제언


이 책은 직장인들에게 이직을 독려하는 책이 아니다. 장수 시대와 AI 시대를 맞아 생존 방법을 펼치는 대단히 전문적인 전략서도 아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다.

변화를 향해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용기다. 본인의 재능을 알고 그것을 축으로 더 많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적 역량을 가진 사람이 결국 앞으로의 시대에 생존하게 될 것이다.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며,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는 사람들. 그들이 보다 용기 내어 본인을 탐색하고 기회를 찾고 실 행할 수 있는 마인드셋을 갖도록,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이미 그렇게 도전했고 성공했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나와 그리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데도 주변과 환경의 수많은 방해로 인해 실행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이 책이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당신 안에는 이미 가능성이 있다.

이제 그것을 발견하고, 확장하고, 피보팅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