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내 이야기.

by 장준수

한 난제가 있다. 테세우스의 배. 어떤 배가 손상을 입을 때마다 그 부품을 하나씩 교체해서, 영겁의 시간이 지나 결국 어떤 부품도 원래의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 그 배는 동일한 배라고 볼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어떤 사물의 본질을 어디에서 찾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가져온다면 해당 배, 테세우스의 배는 결국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 즉 이데아가 물질들로 인해 현실 세계에 구현된 그림자에 불과하므로 동일한 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물질에 비추는 광원의 위치가 변동하여 그림자의 모양이 바뀐다고 해서 물질의 모양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이 설명도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상 세계와 이데아의 개념을 긍정해야만 할 수 있는 설명이다. 즉, 이 세계가 더 고차원적인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받아들여야만 위의 설명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생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태세우스의 배인 적 없는 다른 배보다는 높은 동일성을 가질 것이다."


우선, 동일성에 대한 질문은, 단 한 가지 경우(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제외하고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나머지 경우에 대해, 그것은 이분법적이라기보다는 연속적이고, 확률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판자를 하나만 교체한 테세우스의 배는, 판자를 두 개 교체한 태세우스의 배보다 높은 원본과의 동일성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부품을 모두 교체하더라도, "테세우스의 배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배"보다는 원본과 동일할 것이므로 동일성은 0이 아니다.


동일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질과 기억,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판자를 하나 교체한 태세우스의 배는 판자를 둘 교체한 태세우스의 배보다 원본과 물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두 배는 모두 원본의 기억을 똑같이 상속받으므로 기억적 동일성은 같다. 물론 배에게는 기억을 저장할 방법이 없으니 해당 기억들은 외부 저장소, 즉 배를 정비한 사람이나 선원들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기억들이 넓은 의미에서는 배의 기억과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생각한다. 배가 직접 기억하지 않을 뿐, 세계에 그 배의 기억들이 기록된다.


이 논리를 사람에게 적용해 보자. 예를 들면, "과거의 나는 나와 동일한가?"라고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른 세포들을 가지고 있고,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다른 사람의 과거"보다는 나에 가까울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원소로 구성되어 있을지언정, 일부 기억의 공유를 통해 기억적 동일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만약 "나"를 "나와 동일한 존재"의 집합으로 가정한다면, 거기에는 현재의 나라는 원소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가정을 따른다면, 나는 매 순간 변화하는(물질과 기억 양면으로) 존재이므로, 무수한 "나" 집합이 발생할 것이다. 이 정의는 타당하지만, 너무나도 슬프다. "나"를 매 순간 죽는 존재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나는 현재에 갇힌 채, 미래가 오기 전에 죽는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의를 바꾸어야 한다. 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나"의 정의를 이렇게 설정했다.


"어떤 시간의 어떤 사람 A에 대하여, 현재 시간의 모든 사람과의 동일성을 구했을 때 현재의 나와의 동일성이 최댓값이라면, 그 사람 A는 나다."


물론 이 정의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동일성을 구하는 방법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물질과 기억이 동일성을 구하는 함수의 매개변수라는 사실은 밝혔지만, 그 구체적인 함수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함수의 연산 결과는 직관에 의해 간단히 예상만 가능할 뿐,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직관만으로도 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무수한 나들, 우리는 하나로 뭉칠 수 있다.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무사히 해낼 수 있다.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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