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도

by 시즈

버스를 두 번이나 잘못 탄 후, 호텔 근처 정류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며 걷다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리에 호텔 같은 건물도, 관광객도 전혀 보이지 않아다.

그곳에 있던 건 오직 민가뿐이었다.


그런데도 거리를 걸으면서 내 마음은 점점 더 설레기 시작했다.

민가 벽마다 예쁜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한국에는 예로부터 벽이나 문에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꽃, 새, 물고기 등 자연의 모티프를 풍요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겼고, "복을 불러온다" "사기를 물리치다"는 뜻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내 마음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설렐 수 있었던 건, 그곳에 배어 있는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민가가 늘어선 거리를 지나 호텔에 도착했다.

내 이름을 확인한 직원은 "3박이시네요" 하며 바로 키를 건네주었다.

역시 한국.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체크인도 빠르다.

다른 나라에서는 반드시 여권을 보여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필요 없다.

이게 은근히 편하고 좋다.


방에 짐을 둔 후 밥을 먹으로 나갔다.

마침 호텔 앞에 국숫집이 있어 들어갔다.


"혼자인데 괜찮습니까?"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서 "한 명"이라고 못하고 "혼자"라고 말해버렸다.

혼자서 괜찮냐니...... 그건 남한테 묻는 게 아니라 나한테 물어야 할 말 아닌가.

다행히 식당 이모는 따뜻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자리에 앉은 나에게 이모가 벽을 가리키며 "저기 메뉴판이 있어요"라고 알려주셨다.

그 메뉴판이 잘 안 보여 어려워하자, "여기 앉아요" 하며 다른 자리를 권해주셨다.

한국에 오면 이런 이모들에게서 늘 친근함을 느낀다.

마치 친척 이모가 밥을 챙겨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일본에서 느끼기 어려운 "온도"가 있다.


메뉴판을 보며 하나씩 읽어 봤다.

"멸치국수"

"고기국수

"콩국수"

"냉면"

나는 이제 한글을 읽을 수 있다.

그 사실이 무척 기뻤다.

마치 특별한 마법을 익힌 것 같았다.


내가 주문한 고기국수가 나왔다.

물론 반찬들도 함께 나왔다.

이 반찬들을 보면 "한국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이 일본인인 내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조금 특별하다.


일본인은 한국에 가면 반찬이 많아 놀라고, 한국인은 일본에 오면 반찬이 적어 놀란다고 한다.

좀 웃기지 않나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가 내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밥을 먹고 있을 때 탁자 위 젓가락과 냅킨을 보충하던 이모,

일하면서 스낵 과자를 먹던 이모.

이런 장면은 일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높은 수준의 접객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보충은 반드시 손님이 없을 때 하고, 근무 중 손님 앞에서 뭔가를 먹는 일은 절대 없다.

이런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칭찬받기도 하지만, 사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서비스에 익숙한 일본인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같은 수준을 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염격한" 일본에서 살다 보니 한국의 자유러운 분위기가 편하고 좋다.

마치 엄격한 세상에서 벗어난 듯 해방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놀라게 했고 흐뭇하게 만든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색당 직원들이 함께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손님이 다 나간 뒤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사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주 보는 이런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괜히 그 안에 나도 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를 보며 식사 중이던 이모가 서둘러 일어나셨다.

이모의 식사를 방해한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카드를 건네자 이모가 기계에 금액을 입력했다.


"80,000 원"


.... 80,000 원!? 헐......

순간 바가지를 쓴 건가 싶었는데, 이모가 곧 잘못 입력한 걸 알아채고 수정해 주셨다. 아휴~.

"잘못 계산할 뻔했네요."

웃으며 말하는 이모를 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그날 내가 맛본 건 고기국수보다도 한국 사람들의 '온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