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왜 해야 할까

돈 많이 버는 나쁜 직업 vs 돈 못 버는 좋은 직업, 당신의 선택은?

by 최 륜

날이 제법 겨울다워졌어요. 우리 오랜만에 다시 산책길에 나서 볼까요.

사실 너무 오랜만이죠. 여러분도 저도,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거예요.


아이에게 사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익숙한 만큼 제대로 설명하기란 꽤나 어렵다. 거기에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향후 할 이야기와도 연계되어야 하고, 너무 광범위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세부적이지도 않아야 한다.*

여러 설명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공부"**를 중심으로 아이와 이야기해 본다.


" 네가 공부해서 사회로 나아가려는, 바로 그 사회는 어떤 거니? "


아이는 다시 조용해졌다.***

대답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는 이내 입을 열었다.


" 여러 사람이 모여서 사는 거예요." " 그렇네. 사회에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살지." " 왜 모여서 살까? " " 누가 그러던데요 모여서 살아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 " 오. 좋은 이야기인데. 원시인들은 더욱 그랬겠다. 그런데 지금은? " " 지금도 마찬가지잖아요. 혼자서는 돈도 못 벌고, 물건도 못 사고, 경찰이나 군대의 도움도 못 받고, 아파도 치료도 못 받고. " " 맞네. 정말. 아직도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사는구나. 그럼 사회에서 살면 모두 잘 사는 걸까? "


아이는 잠시 또 생각했다. 얼굴에는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도 살짝 보이지만, 무시했다.


"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부자로 잘 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얼마 전에 굶어 죽은 사람도 뉴스에 나왔어요. " " 이런... 같이 잘 살려고 사회에 모였는데 왜 그럴까. 누구는 잘살고 누구는 잘 못살고. " " 돈 때문이 아닐까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잘살고, 못 버는 사람은 못살고. "

" 돈이 뭔데? "


아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 돈은 돈이겠지. 너무 어렵다, 그렇지. 그럼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의 차이가 뭐지? " " 그런 바로 어른들이 항상 이야기하세요. 공부를 잘해야 돈을 많이 번다고요. 공부를 못하면 돈을 못 번대요. "


얼굴이 화끈대면서 등에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에게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눈을 바라볼 수가 없을 것 같았지만, 다시 아이와 마주해야 한다.


" 사회에서 공부를 잘하면 어떻길래 돈을 많이 번대? " "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잖아요. 의사나 판검사, 회사 사장 같은. " "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니? " " 시험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직업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시험에 합격하죠. 아주 어렵다던데요. " "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공부하는구나. " " 그렇죠. "


" 그럼 돈을 많이 버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지 않은 직업이 있다면 어떠니? "


아이가 순간 당황했다. 이런 적나라한 질문과 생각은 안 해봤나 싶다.


" 돈을 많이 버는데 안 좋은 직업이 있어요? " " 구체적으로 예는 들지 않을게. 상상만 해보면,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한다고만 이야기하면 바로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준다면 말이지. " "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 돈을 많이 준대. " 아이가 잠시 생각했다. " 그 직업이 뭔지 알면 생각해 볼게요. "


단호히 싫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 그럼 돈을 못 버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좋은 직업이 있다면 이건 어떠니? " " 돈을 못 버는데 좋은 직업이 될 수 있어요? " " 그렇구나. "


싫다는 표현을 한다. 마음 한 편이 허전하다.


" 맞네, 그럼 사회 모두가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을 가지면 되는 거잖아! 대단한 발견을 했어! "


아이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 그러게 어디 있어요. 그런 직업이 수가 적고 어려우니까 다들 시험에 합격하려고 공부하는 거잖아요. " " 시험에 다 합격시키면 되잖아. " " 그럼 그게 무슨 시험이에요. 시험은 합격, 불합격을 구분하려고 하는 건데. " " 왜 합격 불합격을 구분하는데? " " 누구나 하면 안 되니까요. " " 왜 누구나 하면 안 돼? 다들 하고 싶은데. 다들 의사, 판검사 하면 되잖아. " " 그럼 어떻게 살아요.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집도 필요한데. " " 그러네. 밥을 먹으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지. 옷을 입으려면 바느질을 해야 하고. 집을 지으려면 무거운 걸 나르고 쌓고 해야 하고. " " 그럼 다 필요하잖아. 의사도, 판검사도, 농부도, 옷 만드는 사람도, 집을 짓는 사람도. " " 당연하죠. "


" 그럼, 농부도, 옷 만드는 사람도, 집을 짓는 사람도 좋은 직업이니? "


아이는 다시 생각한다.


" 필요한 직업이에요. " " 그럼 돈을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이니? " " 돈을 많이 못 버는 것 같은데... " "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좋은 직업이니? " "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진 않아요. " " 그럼 나쁜 직업이니? " " 아니요. " " 돈은 많이 못 벌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렇지만 꼭 필요한 직업도 있구나. 그럼 이 직업을 가지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 " " 그건 아닐 텐데요. " " 돈은 많이 못 벌고, 공부를 많이 안 해도 되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필요한 직업이 있구나. " " 그러네요."

" 그럼 네가 그 일을 한다면 어떠니? "


아이는 아무 밀도 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쓰기는 지치고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지요.

다시 천천히 걸어볼게요. 언제나 함께 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학습 방법과 관련된 여러 책들과 영상, 자료 등에서는 대부분 가장 완전한 공부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기를 꼽는다.


** 독일 학자들의 특기가 있다. 바로 익숙한 개념에서 새로운 단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공부"도 우리가 알아내려고 하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취급한다. 우리는 공부라는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서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즉시 책을 펴고, 밑줄을 그으며 읽고, 노트에 적는 행위를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의 공부는 행위로 고정되어, 그 본질과는 멀어진 일종의 고정관념이 되어버렸다.


*** 대체적으로 동양인의 사고가 전체적이고, 순종적이며, 현실적이고, 구상적이라고 한다. 그런 주장은 동양이 농업 위주, 중앙집권적 군주제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도 하는데,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통계 결과적으로 그런 거 같다. 마치 혈액형이나, MBTI처럼.

하지만 실제로도 우리는 추상적 사고에 약하다. 외세에 의한 개화, 전쟁, 급속한 경제성장, 독재 등 불과 한세기도 안된 시간에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눈에 보이는 삶의 급급함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 따위는 사치였으리라 짐작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해 생각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


**** 사실 돈이 뭐냐는 질문만으로도 공부가 뭐냐는 질문처럼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주제이다. 지금 우리의 모든 관심과 애정, 존재 의미까지 우리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 주제이기에. 여기서는 그 블랙홀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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