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잔가지들이 바람에 팔랑여 소란스럽다.
하늘을 모르고 여기저기 팔을 뻗어 자라난 가지들은
마침내 나무를 삼키고 뿌리를 흔든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내 욕심이 점점 나를 갉아먹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의 그늘이 되지 않아도, 그네가 되지 않아도
나무가 나무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쓸 데 없는 오지랖과 인정 욕구가 끊임없이 잎을 틔워 내 모습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우리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진 퍼즐 조각이라면,
나는 만나는 조각마다에 맞춰 끊임없이 내 모양을 바꿔왔다.
누군가 나의 '꼴'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무어라 대답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의 메타몽이 되어버리고 말겠지.
한 살 더 어른이 될 내년의 목표는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해야겠다.
기꺼이 실수하고, 많이 넘어져야지.
바람에 걸리지 않는 그물이 되지 못하더라도,
오지도 않은 비난의 화살을 예측하는 일은 그만둬야지.
모든 결정에 있어 양보하고 양보하다 늘 대기번호 158번 정도로
밀려나고 마는 '나'를 몇 번이고 끌고 나와 1번까지 데려오는 연습을 해야지.
물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칭찬을 너무 달콤하고, 사실 별로 자신도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남겨 놓고, 매 순간 알아차린다면 다음은 좀 나아지지 않을까?
내가 나를 잃으려 할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두 팔을 벌려 물구나무를 서 볼 것이다.
모든 정신이 뿌리로 향하도록,
예쁘진 않지만, 코끼리 같은 기둥으로 가지까지 굵직한 뿌리를 뻗어낸 바오밥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