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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6. 2017

냉정과 열정사이

그의 선물(1)

 그는 내게 책을 한 권 선물했었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었던가 그래서 우리 몇 년 후에는 꼭 피렌체에 함께 가자고 했었던가. 몇 가지 아기자기한 이유를 대면서 그는 내게 파란 책을 선물했고, 다 읽으면 주황 책도 선물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에 대해 일장의 꿈과 희망을 늘어놓은 다음 거듭 나의 동의를 구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오늘 헌책방에서 주황 책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 채 지켜지지 못한 약속과 함께 그리움 그 비슷한 것이 밀려왔던 것은 그때의 기억이 꽤 행복했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래서 그 책을 사 와서 깨끗하게 닦아서 헤어진 후에는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그 파란 책의  곁에 나란히 두었다. 그렇게 천진난만했던 그를 한번 더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열정에 지나치게 가까웠던 그를 나는 잠시


내내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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