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 내가 예민해지는 진짜 이유

초보 센터장 일기 #3

by 채돌이아빠


일요일 오후 4시를 지나는 때면, 애써 외면했던 회사의 압박과 산적한 할 일들, 그리고 대면해야 할 스트레스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노동자로 살아온 지 어느덧 12년 차.

익숙해질법도 한데, 이 출근 전야의 공포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나는 한없이 태연해 보이겠지만, 사실 나도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평범한 월급쟁이일 뿐이다. 멀리서 보면 별거 아닌 일들도, 막상 그 파도 속에 있을 땐 세상의 전부가 되어 나를 집어삼키려 든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여러 센터 직원들 앞에서 차가운 숫자를 논하고, 본사의 서슬 퍼런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센터장'라는 가면을 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는 그저 내일의 출근 스트레스를 받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12년이라는 근로자로서의 시간에도 휴일 끝자락에 찾아오는 이 본능적인 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휴일 오후 4시가 되면 나도 모르게 '예민함'이라는 방어기제를 장착한다.




"아빠 너무 심심해. 나랑 같이 놀자!"

천진난만하게 달려드는 아들에게 나는 "아빠 지금 바빠"라며 짜증 섞인 반응부터 내뱉었다.


관대함과 따스함은 사라지고, 내일의 전쟁을 준비하느라 날이 선 마음이 고스란히 아들에게 짜증으로 돌아갔다. 사실 몸이 바쁜 게 아니라, 내일의 압박을 미리 견디느라 내 마음의 여유가 바닥난 것이었는데.


밤이 되어 곤히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며 미안함에 혼잣말로 사과와 반성을 건네는 이 패턴은 왜 매번 반복되는 걸까.


그럼에도 잊지 않으려 한다.

이 지독한 시간 또한 결국 지나간다는 사실을.


때론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과 감사한 것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며 기분을 환기해 본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가족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결국 이 모든 압박도 일부일 뿐이라는 걸 그리고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최악으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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