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4
한번은 본사, 고객, 현장 그야말로 '3중고'에 시달리며 영혼까지 털린 날이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와이프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나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잠시 쉬고있어"
"하.. 빨리 좀 올라와"
집에 올라갔더니 아내가 화를 냈다. 온종일 독박 육아에 지쳐 나만 기다렸을 아내 눈에는 내 표정이 위로가 아닌 또 하나의 부담이였나 보다. 특히 임산부라 컨디션도 성치 않았던 와이프는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처음엔 순간적으로 솔직히 억울했다. 밖에서 치이고 왔는데 집에서까지 욕을 먹어야 하나 싶어 서운함이 솟구쳤다.
하지만 날 선 대화 끝에 아내의 진심을 마주하고는 아차 싶었다. 아내는 내가 11년 넘는 시간 동안 회사의 나쁜 감정들을 거실까지 끌고 들어오는 것에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하나를 물면 끝장을 봐야 하는 내 고집스러운 성격은, 퇴근 후에도 머릿속을 회사 고민으로 가득 채웠고 그 무거운 에너지는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집을 따뜻하게 만들기는커녕, 나는 '회사의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와 가족 전체 분위기를 다운시켰던 것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았다. 내가 목숨 걸고 매달리는 회사 일과 사람 관계는 길어야 2~3년 주기로 바뀌는 '스쳐 가는 인연'이다. 30년 직장 생활을 한다 해도 그 속의 팀과 업무는 결국 과정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찰나의 것들에 온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눈부시게 커가는 아들의 소중한 순간과 아내의 고단한 일상을 외면하며 살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가족)'를 두고 '변수(회사)'에 목매고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 갇혀 있으면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의식적으로 '회사' 스위치를 꺼버렸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아들의 눈을 한 번 더 맞추고,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같이 밀려있던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도 함께 보고, 아들과 야구와 레고를 하면서 순간에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15분 거리의 퇴근길보다 훨씬 중요한 건, 현관문을 열기 전 마음의 스위치를 완벽히 내리는 연습이다. 내일의 전쟁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지금 내 눈앞의 소중한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에 집중하자.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