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라는 태도, 그 무거운 무관심을 대하는 법

초보 센터장 일기 #5

by 채돌이아빠

센터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또 11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이어오며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다.


업무에 있어서는 칼같이 냉정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보여주면 결국 설득되고 인정되는 사람이 있고, 일보다는 관계의 끈끈함을 중요시하며 서로의 마음을 얻을 때 시너지가 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하기 어려운 유형은 따로 있다.

바로 "난 이거 아니어도 돼" 혹은 "안 되면 퇴사하면 그만이지"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캐릭터다.




이들과의 소통은 마치 단단한 벽에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


상부의 오더를 어떻게든 풀어가보려는 리더의 고민은 이들의 무관심 앞에서 허무함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관점과 생각에 대해 타협하려 들지 않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인드로 무장한 그들 앞에서 대화의 실타래는 자꾸만 꼬여간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분명 내가 결정을 내리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주도권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서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비즈니스 세계의 협상과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도 주도권은 '더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덜 아쉬운 자'가 가져가는 법이더라.


나는 이 조직을 지켜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기에 절실하지만,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진 이들에게는 나의 절실함이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더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클수록, 방관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결정의 주도권을 뺏기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같다.



MBTI 중 'F' 성향이 강한 나는 이럴 때마다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머리로는 냉정하게 선을 긋고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그들과 타협하려 하고 마음을 돌려보려 설득하는 내 에너지를 발견한다.


본능적으로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낭비되는 에너지를 보며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분명 어떤 이들에게는 쓸모없는 짓으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가진 포지션에서, 나는 그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 할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본능적인 노력이 결국 우리 조직의 온도를 조금이나마 지켜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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