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좋아 보이는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 9화

by KI Ki
본 작품은 실제 경험의 질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회사명·인물명·사건·게임명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등장인물 가이드


회사가 제일 좋아 보이는 날은 대개 회사가 아닌 곳에 있을 때였다.

워크숍 셋째 날 오후, 리조트 로비에는 이상할 만큼 느슨한 공기가 돌았다. 오전 일정이 끝났고 저녁 회식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수영장으로 갔고, 누군가는 마사지를 받으러 나갔고, 누군가는 로비 소파에 퍼져서 잠깐 눈을 붙였다. 회사에서는 늘 바빠 보이던 사람들이 여기서는 다들 잠깐씩 사람처럼 보였다.


한정우 대리가 제일 먼저 움직였다.


“야시장 갈 사람?”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로 갈렸다. 바로 따라붙는 사람들과, 일단 눈치를 보는 사람들. 나는 그 장면이 좀 신기했다. 그냥 놀러 가는 건데도 먼저 모이는 무리가 있었다. 회사에서도 늘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공지가 내려오면 제일 먼저 반응하고, 분위기가 풀리면 제일 먼저 웃고, 회식 2차 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중심에 서는 사람들.


한정우 대리는 딱 그쪽이었다. 별로 애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사람들을 묶는 데 재주가 있었다. 누구는 같이 가면 편하고, 누구는 같이 가면 피곤한지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옆에서 유하나가 말했다.


“대리님은 이런 데서 더 잘 보여요.”


한정우 대리가 웃었다.


“이런 데서도 잘 보여야 회사에서 덜 피곤하지.”


농담처럼 했는데, 그 말은 이상하게 진짜 같았다.


최지수 선배는 끝까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수영장 쪽 난간에 기대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누가 야시장 얘기를 꺼내도 “전 조금 있다 갈게요” 하고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회사에서도 그랬다. 늘 같이 일은 했지만, 아무 무리에나 막 섞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필요하면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지만, 불필요한 친목에는 먼저 들어가지 않는 종류.


나는 그게 조금 부러웠다. 신입은 아직 그럴 수 없었다. 어디에 붙어 있어야 덜 어색한지부터 계산해야 했다.


결국 나는 한정우 대리 쪽 무리에 붙었다. 유하나도 같이 갔다. 셔틀 대신 택시 두 대로 나눠 타고 야시장으로 들어갔는데, 길가에는 이상하게 밝은 간판이 많았고, 과일 냄새와 기름 냄새와 바닷바람이 뒤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맥주를 샀고, 이상한 모양의 꼬치를 샀고, 서로 사진도 찍었다. 윤성호 팀장은 낮에는 안 보이더니 저녁쯤 슬그머니 합류했다. 회사에서는 늘 피곤한 얼굴인데, 여기서는 그냥 말수 적은 아저씨 같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놀러 나온 자리인데도 누가 누구 옆에 서는지가 너무 선명했다. 한정우 대리 주변에는 늘 사람이 둘셋 붙어 있었다. 그중에는 진짜 편해서 붙는 사람도 있었고, 같이 있으면 덜 심심해서 붙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그쪽이 안전해 보여서 붙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유하나는 그런 무리 속에 섞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어지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빨리 적응하는 사람은 놀러 와서도 적응이 빨랐다.


반면 최지수 선배는 사진 찍을 때만 잠깐 같이 섰고, 걷기 시작하면 또 조금 떨어졌다. 누가 말을 걸면 받아주지만 스스로 중심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 거리감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선배는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괜히 섞였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에너지를 더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날 밤 가장 이상했던 건 정민철이었다.


사업전략팀 사람이라 프로젝트실에 늘 붙어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워크숍에서는 묘하게 존재감이 컸다. 술자리에서 누가 너무 시끄러워지면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고, 윗사람이 오면 누구보다 먼저 자리의 온도를 맞췄고, 아랫사람이 어색해하면 또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과하게 튀지는 않는데 중심이 되는 사람. 그런 종류의 어른이 회사에도 있구나 싶었다.


나는 맥주 캔을 들고 그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봤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중심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놀 때도, 술 마실 때도,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가 다 의미가 있었다. 더 웃긴 건 그런 장면이 회의실보다 오히려 밖에서 더 잘 보인다는 점이었다.


야시장 중간쯤에서 자연스럽게 또 한 번 무리가 갈렸다. 사진을 더 찍겠다는 사람들, 맥주를 한 캔 더 사겠다는 사람들, 쇼핑하겠다는 사람들,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겠다는 사람들. 그 짧은 순간에도 이상하게 서열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구는 혼자 빠져도 아무렇지 않았고, 누구는 빠질 때조차 설명을 붙였다. 나는 괜히 말 한마디 더 했다.


“저는 어디로 가면 돼요?”


한정우 대리가 웃었다.


“도윤 씨는 너무 티 나게 따라다녀.”


“그럼요?”


“가고 싶은 데 가면 되죠. 근데 신입은 대체로 그게 제일 어렵지.”


그 말이 딱 맞았다. 회사 밖에 나왔는데도 나는 여전히 선택보다 배치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야시장 끝 쪽에서 누군가 마사지 얘기를 꺼냈다. 몇 사람은 바로 움직였고, 몇 사람은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무리가 다시 갈렸다. 나는 괜히 최지수 선배 쪽을 봤다.


“선배는 안 가세요?”


“저는 들어갈래요.”


“피곤하셔서요?”


“그것도 있고.”


선배는 잠깐 웃었다.


“회사 사람들은 오래 놀수록 더 잘 보여서.”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정말 그랬다. 회사에서는 다들 바빠서 안 보이던 것들이, 밖에 나오면 더 잘 보였다. 누가 분위기를 잡는지, 누가 자연스럽게 중심으로 모이는지, 누가 끝까지 윗사람 눈치를 보는지, 누가 의외로 빨리 지치는지. 웃고 떠드는 자리인데도 결국 사람은 원래 자기 방식대로 움직였다.




야시장 한복판에서 다 같이 과일주스를 들고 잠깐 서 있었을 때도 비슷했다. 웃고 떠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계산을 먼저 하는지, 누가 자연스럽게 사람 수를 세는지, 누가 윗사람 잔이 비었는지 먼저 보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회사 밖으로 나온다고 사람이 갑자기 완전히 다른 종이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엔 업무에 가려져 있던 습관이 더 잘 보였다. 누구는 분위기를 만들고, 누구는 흐름을 맞추고, 누구는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지켰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잠깐 멈칫했다. 회사 안에서는 그걸 다 업무 역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밖에 나와 보니 그런 감각이야말로 사람 사이의 거리와 질서를 만드는 능력처럼 보였다. 회의실에서 말 잘하는 사람, 술자리에서 공기 잘 읽는 사람, 야시장에서 무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같은 계열의 사람이었다.


리조트로 돌아온 뒤 저녁 술자리에서도 비슷했다. 자리가 둥글게 섞인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팀장 옆에는 늘 비슷한 얼굴이 있었고, 농담은 비슷한 사람에게서만 나왔다. 박문태 팀장은 낮보다 조금 풀려 있었지만 여전히 중심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고, 윤성호 팀장은 많이 말하지 않아도 누가 자기 눈치를 보는지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정민철은 술잔을 돌리면서도 누구를 어디까지 편하게 대해도 되는지 선을 정확히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걸 보고 있으니, 낮에 느꼈던 리조트의 느슨함이 갑자기 조금 덜 느슨하게 느껴졌다.


리조트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워크숍은 회사가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비행기 타고, 호텔 오고, 야시장 걷고, 술 마시고, 웃고. 겉으로만 보면 회사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뭘 더 바라나 싶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래서 더 잘 보였다.


회사는 밖에 나와도 회사였다.


다만 회의실 대신 야시장에 있을 뿐이고,

결재선 대신 무리가 있을 뿐이고,

보고 대신 대화가 있을 뿐이었다.


사람은 놀 때 더 솔직해진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중감각이 묘했다. 좋아 보이는 순간일수록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 회사가 사람에게 뭔가를 줄 때, 사람은 잠깐 고마워하면서도 동시에 그 구조를 더 또렷하게 읽게 됐다.


그래서 그날 밤, 와글소프트는 낮보다 더 좋아 보였고,
동시에 낮보다 더 정확하게 보였다.


본문은 AI-Augmented Writing 방식을 활용하여 집필되었습니다. AI는 초안 생성, 구조 재배열, 밀도 조정, 중복 검토 등의 보조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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