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은 끝났고 회사는 그대로였다

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 10화

by KI Ki
본 작품은 실제 경험의 질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회사명·인물명·사건·게임명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등장인물 가이드


월요일 아침, 회사 건물 로비에서부터 벌써 여행이 끝난 느낌이 났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리조트 조식당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수박을 퍼먹고 있었고, 야시장에서는 맥주잔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수영장 앞 선베드에 누워 서로 이름을 더 편하게 불렀다. 그런데 판교도 아니고 아직 서울 시절이었던 그 낡은 사무실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다들 다시 회사 사람이 되어 있었다. 셔츠가 돌아왔고, 가방이 돌아왔고, 표정이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워크숍 마지막 날 공항에서는 다들 꽤 말이 많았다. 면세점에서 뭘 샀는지, 마사지가 생각보다 별로였는지, 다음에 또 가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버튼 누르는 소리만 났다.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벌써 한숨을 쉬고 있었다. 회사는 사람을 원래 자리로 아주 빨리 돌려놓는 데 능했다.


프로젝트실 문을 열자마자 그 능력은 더 선명해졌다.


주말 사이 쌓인 프린트물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공용 메신저 창은 빨간 숫자를 달고 있었다. 누군가 먹다 만 캔커피가 모니터 아래 놓여 있었고, 벽 쪽 화이트보드에는 워크숍 전 주간 일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외까지 다녀왔는데 사무실은 전혀 기다려주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냥 우리가 잠깐 비켜나 있었을 뿐이라는 식이었다.


나는 가방도 제대로 내려놓기 전에 모니터를 켰다. 로그인하자마자 메신저 창이 연달아 떴다. 수정 요청 두 건, 확인 요청 한 건, 운영 쪽 문의 한 건, 그리고 제목부터 피곤한 메일이 하나 있었다. ‘워크숍 후속 정리 및 일정 재확인.’ 회사는 여행을 보내놓고도 결국 여행을 문서로 다시 돌려받고 싶어 했다.


“강도윤 씨.”


고개를 드니 윤성호 팀장이 서 있었다.


동남아 리조트에서는 폴로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생각보다 사람처럼 웃던 얼굴이었는데, 회사에서는 다시 팀장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표정은 평평했다. 그 짧은 며칠 사이에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원래 이 얼굴이었고 저쪽 얼굴이 잠깐 풀렸던 것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워크숍 때 얘기했던 제작 재료 수급안, 오늘 오전 중으로 다시 정리해요.”


“네. 어느 수준까지—”


“회의 들어가기 전까지 설명 가능할 정도로.”


역시 회사에서는 문장이 짧을수록 일이 커졌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파일을 찾았다. 워크숍 가기 전엔 분명 잠깐 미뤄둔 안건처럼 느껴졌는데, 돌아오자마자 당장 설명해야 하는 일이 돼 있었다. 회사에서는 어떤 일도 정말로 사라지지 않았다. 잠깐 뒤로 밀려났다가, 사람이 긴장을 조금 푼 틈을 타서 다시 앞으로 걸어나왔다.


옆자리의 최지수 선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니, 앉아 있다는 표현보다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 같았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도 모니터 한쪽에는 운영 데이터가 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엑셀 파일이 열려 있었다. 리조트에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수영장 쪽으로 걸어가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복귀가 빨랐다.


“선배, 시차 같은 건 없어요?”


내가 묻자 최지수 선배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우리 그 정도 멀리 안 갔잖아.”


“그래도 기분이…”


“기분은 퇴근하고 생각해요.”


그 말이 너무 최지수 선배다워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웃고 나니까 좀 서늘했다. 회사에는 감정이 들어갈 자리가 있는 것 같다가도, 막상 중요한 순간엔 늘 가장 뒤로 밀렸다. 피곤하다, 아쉽다, 더 쉬고 싶다, 그런 말은 퇴근 후에나 허용됐다. 출근한 순간부터는 다들 다시 기능으로 돌아갔다.


오전 회의 직전, 한정우 대리가 프로젝트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들 죽었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제일 멀쩡했다. 한정우 대리는 원래 그랬다. 본인도 피곤할 텐데 남들보다 먼저 회복한 척을 했다. 아니면 정말 빨리 회복했거나. 그런 사람은 회사에서 생각보다 셌다. 자기 상태를 관리하는 사람보다, 자기 상태를 티 안 나게 다루는 사람이 더 강해 보였다.


“민철 형은 벌써 사업 쪽 회의 들어갔대요. 아침부터.”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민철은 그럴 것 같았다. 워크숍에서는 웃으면서 술잔을 돌리고 야시장 가격 흥정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는데, 회사로 돌아오면 누구보다 빨리 본래 자리로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사람. 놀 때도 회사 사람 같고, 회사에 와서도 더 회사 사람 같은 사람.


회의실에 들어가니 그 감각은 더 분명해졌다.


워크숍 직전까지 잠깐 느슨했던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 윤성호 팀장은 다시 말을 줄였고, 최지수 선배는 필요한 것만 짧게 정리했고, 한정우 대리는 적당한 순간에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정민철은 사업 쪽 일정 얘기를 하면서도 누구 탓처럼 들리지 않게 말을 잘랐다. 같은 얘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공기가 달라진다는 걸, 나는 요즘 들어 더 자주 느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윤성호 팀장이 말했다.


“워크숍 갔다 왔다고 해서 일정이 밀리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이번 주가 더 빡빡해요.”


그 말은 당연한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다들 알고 있는 말이라 더 그랬다. 우리가 놀러 다녀온 것도 아니고 회사가 보낸 워크숍이었는데, 막상 돌아오니 그 며칠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취급됐다. 회사가 허락한 휴식이었지만, 회사는 그 휴식의 비용을 인정해주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오니 더 작은 장면들도 눈에 들어왔다. 워크숍 때 면세점 봉투를 들고 자랑하던 사람이 오후에는 이미 공지 문구를 붙들고 있었고, 야시장에서 제일 크게 웃던 사람은 복도에서 개발팀과 일정 때문에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사흘 전 사진 속 배경은 바다였는데, 오늘 배경은 다시 엑셀과 메신저였다. 장소만 바뀐 게 아니라 표정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나는 바탕화면 한쪽에 남아 있는 워크숍 때 단체사진 파일을 잠깐 열어봤다. 사진 속 사람들은 전부 웃고 있었다. 윤성호 팀장도, 최지수 선배도, 한정우 대리도, 나도.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있으니 웃기기보다 조금 이상했다. 저 사람들은 분명 같은 사람인데, 왜 회사 안으로 들어오면 다시 다른 얼굴이 되는 걸까.


아마 반대였을 것이다.


다른 얼굴이 되는 게 아니라, 원래 얼굴로 돌아오는 거.


회사 밖의 웃음은 잠깐 허용된 표정이고, 회사 안의 표정이 기본값인 쪽에 더 가까웠다.


오후 늦게 운영팀에서 워크숍 당시 회의에서 잠깐 언급됐던 안건을 다시 물어왔다. 나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피식 웃었다. 해외에서까지 따라온 이야기가 결국 월요일 오후 메신저 창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게 웃기면서도 피곤했다. 회사는 정말로 사람을 쉬게 두는 척은 잘했지만, 쉬는 동안 미뤄진 일까지 없애주진 않았다.


퇴근 직전, 윤성호 팀장이 내 자리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강도윤 씨, 아까 수정한 안은 내일 오전에 다시 봅시다.”


“네.”


“그리고 다음부터 워크숍 전엔 밀린 안건 없게 정리 좀 해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 늘 그게 문제였다. 회사에서 제일 자주 듣는 말은 대부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만 맞는 말이 사람을 더 빨리 지치게 할 때가 있었다.


그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이상하게 워크숍이 생각나지 않았다.


바다도, 야시장도, 조식당도 먼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월요일 아침 엘리베이터 안의 침묵이 오래 남았다. 며칠 전까지는 다 같이 웃고 있었는데, 출근길에는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던 그 짧은 정적. 회사는 그렇게 사람을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잠깐의 휴식은 사람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는, 그보다 자주 사람을 잠깐만 늦게 지치게 만들었다.


워크숍은 끝났고 회사는 그대로였다.


어쩌면 그대로였던 건 회사보다 우리 쪽이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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