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다

by 채움과 비움
레벤워스 가는 길.jpeg


영화 「비 그치다」- 무엇을 했느냐보다 왜 했느냐가 더 중요한 때가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각본을 쓰고 코이즈미 다카시가 감독한 1999년 영화 「비 그치다」는 사무라이 영화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고요하고 섬세하다.

피 튀기는 결투도, 복수의 서사도 없다.

주인공인 미사와 이헤이는 뛰어난 검객이다. 아내 타요와 함께 정착할 곳을 찾아 유랑하는 로닌(낭인)으로, 자신을 알아봐 줄 영주를 기다리며 떠돌고 있다.

어느 날 쏟아지는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자 부부는 시골의 허름한 여관에 발이 묶인다.

이 멈춤이 영화의 시작이다.

조용하고 작은 어느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된 미사와는 돈과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금지된 검술 도박에 나서고,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여관의 숙박객들과 음식을 나눈다. 미사와가 도박판에서 검을 뽑은 것은 욕망 때문이 아니라 굶주린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영주의 가신들 사이의 결투를 중재한 것도 명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옳기 때문이었다.


행위의 표면이 아니라 그 뿌리, 즉 동기야말로 한 사람의 진정한 품격을 드러낸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영주 시게아키는 미사와의 실력과 인품에 감명받아 검술 지도관으로 초빙하려 한다.

그것은 미사와가 오랫동안 꿈꿔온 안착의 기회였다.

그러나 영주의 가신들은 미사와가 불법 검술 도박을 했다고 밀고한다.

더구나 영주는 미사와와의 검술 대결에서 미사와의 호의에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검술 지도관 자리를 철회한다.


미사와는 분노하지 않는다.

비가 그치자 그저 아내와 함께 짐을 싸고 떠난다.

영주가 그의 진심을 뒤늦게 알고 그를 찾지만, 이미 미사와는 숲속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늘 여운이 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 아래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다. 일자리도 놓쳤고, 정착도 못 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부부.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비 갠 하늘처럼 맑고 개운하다.

미사와가 매일 숲속에서 검술 연습을 했던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도 단칼에 버리기 위함이었다.


넓은 탄탄대로만이 길이 아니다.

느리고 좁은 산길에는 그 길만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행복이란 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그 길 위에서 “저는 쌩쌩합니다”라는 말로 미련과 아쉬움을 베어버린다.


「비 그치다」는 사무라이의 칼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벼리는 영화다.


2001년 제24회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그 고요한 깊이에 대한 당연한 헌사였다. 칼을 든 손보다 칼을 든 이유가 더 예리할 때 그 사람은 이미 고수이다.


이전 13화삶의 모든 순간을 춤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