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출근을 하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뭔가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들뜨지 않는 묵직함이 내 머리를 누르는 듯도 했고 내 마음을 누르는 것도 같았다.
여기서의 묵직함은 무게가 아닌 농도에 가까운 문학적 표현이다. (이런 표현이 말이 된다면 문학이란 말을 빼고 싶고, 말도 안 되는 표현이라면 문학이란 말을 넣으면 그만이란 생각을 한다)
그랬다, 분명 오전엔
점심을 가볍게 먹었고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서 회사 근처를 배회든 산책이든 하려 했다. 분명 점심식사 전에는
그 이후에 시간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플워치의 오늘 할당의 칼로리를 모두 채워가고 있었다.
퇴근
11,000원짜리 탄탄면을 먹고 5,500원짜리 따뜻한 라떼를 사 예약해 뒀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16,500원 지출로 느꼈던 미각의 즐거움은 노동자의 하찮고 귀여운 소비였다.
여담)
토요일에 샀던 빵은 하루 냉동실에 있다가 나온 뒤 입안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식탁에 하루 책상에 하루 회사 서랍장에 반나절을 보내고 라떼와 함께 뱃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