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시골카페일기를 쓰는가

시골에서 카페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가끔 휴식과 낭만을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에 가까웠고

미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붙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시절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어느 날 말했다.


“너는 원래 활달한 아이니까, 자영업을 해보는 건 어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비교적 즐거웠던 순간들은

늘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가까웠다.


군대에서 PX병으로 일하던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

당구장에서 손님들과 짧게 말을 주고받던 때.


거창한 대화는 아니었다.

그냥 “어서 오세요”, “오늘 춥죠”, “조심히 가세요”

그런 말들이 좋았다.


사람들과 짧게 스치는 시간이

생각보다 내게 잘 맞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자영업은 뭘까.


밥장사처럼 손맛이 중요한 일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레시피를 정밀하게 따라 하는

‘화학 실험 같은’ 커피숍이라면

그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굳혔고,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던 지인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6개월 동안 매장에 상주하며

원두, 머신, 스티밍, 청소, 동선, 서비스까지 익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전북 김제의 한 면 단위 마을에서

작은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어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달랐다.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직원과,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사장은 전혀 다른 자리였다.


오픈 첫날,

엄마 친구, 아버지 지인, 동네 분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하루 매출이 30만 원을 넘겼다.


그때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레시피는 있었지만 동선은 없었고,

설거지는 산처럼 쌓였고,

땀은 비처럼 쏟아졌다.


밤이 되어서야 방에 들어와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몸서리를 쳤던 그 첫날 밤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매출은 금방 떨어졌다.


시골의 여름은

내가 생각하던 성수기와 조금 달랐다.

커피숍이라는 문화는 아직 낯설었고,

추수철이 오자 사람들은 더 바빠졌다.

10월 한 달 매출이 300만 원을 간신히 넘겼을 때는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만든 음료가 맛이 없나?”

“뭘 잘못한 거지?”

“1억 빚은 어쩌지?”


그때 같이 창업했던 사장님들이 놀러 와서 말했다.


“지금 사람들 다 밭에 있어. 바빠서 못 오는 거야.

음료 맛있어, 괜찮아.”


그 말이 참 위로가 됐다.

지금이야 시골의 리듬을 조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매출이 떨어지면 무조건 내 탓인 줄 알았고,

나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결국 버티다 보니 단골이 생겼다.

신메뉴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형·동생, 삼촌·조카 같은 사이도 생겼다.

지금은 그럭저럭, 살 만하다.


숨통이 조금 트이니

매장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매일 똑같은 것 같은 하루 안에도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온 사람.

잠깐 쉬었다 가는 사람.

대뜸 부탁을 들고 오는 사람.

조용한 오후에 괜히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


그냥 지나가면 사라질 것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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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은 성공 노하우도 아니고,

창업 강의도 아니다.


시골에서 카페를 하며

하루하루를 건너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화려한 이야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조용한 오후와 작은 행복,

손님이 남기고 간 말들,

매출표 너머에 있는 마음을 적어보려고 한다.


시골카페일기는

매주 화요일, 금요일, 일요일에 이어집니다.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