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원짜리 슬픔, 800원어치 눈물
천 원짜리 두 장이 전부인 지갑을 열고
나열된 음료수 앞에 섰다.
500원 800원 900원
1,200원 2,000원
빌어먹을.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너무 넓다.
자판기 음료들은 왜 고작 2,000원도 넘지 못하는 건지.
아니 그 전에
담배 한 갑도 살 수 없는 주제의 2,000원은 왜 내 지갑 안에 있는 건지.
아니 그 전에
네가 물보다 더 많이 마시던 그 음료수는
왜 1,200원이라 적힌 스티커와 함께 자리잡고 있는 건지.
“안 뽑으실 거에요?”
내 뒤에 대기 중인 사람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습관적으로 눌러버린 1,200원 음료수 버튼.
아.
1,200원짜리 슬픔이
철컹,
나왔다.
아아,
800원어치 눈물이
짤랑짤랑 짤랑짤랑
짤랑짤랑 짤랑짤랑
부딪히며 떨어진다.
빌어먹을.
다시는
천 원짜리 두 장은
지갑에 두지 않을 거야.
빌어먹을.
내 슬픔은 세상에서 제일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