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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향 Jan 26. 2023

캐나다에서 바뀐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

"영어는 대화의 수단"


가끔 워킹홀리데이를 와놓고 돈은 안 벌면서 영어 공부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나야, 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워홀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이렇게 답하곤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행 비자를 열 것을 그랬나 싶으면서도 아무래도 워홀비자가 더 자유롭긴 하니까 후회는 없다.


돈은 안 벌고 쓰기만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겠다 마음을 먹었으면, 영어로라도 얻어 가야 하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촉박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슬럼프가 와서 한동안은 글만 쓰고, 글을 쓰다 보니 영어 공부가 다시 재밌어져서 영어 삼매경으로 살짝 돌아왔다가 다시 어느 날은 책만 읽고.. 그러는 와중에 언어 교환을 하는 친구에게서 ‘너 영어 스피킹이 C1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전부터 녹음을 해오던 것이 있어서 다시 들어봤는데 정말 달라졌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변화를 발견하는 순간 흥미가 배로 널뛴다.


오늘로 워홀을 온 지 122일 차가 되었다. 마침 신년이기도 하고, 1/3을 지나는 시점이기도 하니 당장의 목표인 영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현재의 글을 포함, 앞으로 4개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오늘은 ‘영어 공부에 대한 내 생각’
2편에서는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3편에서는 ‘변화를 느낀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4편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영어 공부를 이어갈 건지’


‘영어 공부’를 얘기하자면 한국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캐나다 1년 살기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 일단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배우면 바로 쓸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 영어로 대화를 할 순간이 계속해서 생긴다.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인데, 해외에서의 삶이 영어 공부에 대한 문턱을 낮춰주었다. 내 경험상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 멋있게 하는 사람이 꾸준히 영어를 썼다. 못하는 사람은 영어 한 마디 내뱉는 것도 민망해하고 자신 없어한다. 그래서 여태까지 오해를 하고 있었다. 영어를 ‘공부’ 해야 한다고.


여기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영어 공부에 대한 목적. 너무 중요한데 너무 쉽게 잊는다. 사람들마다 영어를 익히는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냥 영어 잘하고 싶어요’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아이엘츠 고득점을 노린다면 아이엘츠 학원을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길이다. 모든 공식과 모든 기술을 최적의 학습 시간표로 짜 맞춰 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 영어로 대화를 하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이 또한 구분할 수 있다. 또래 친구들과 일상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회사에서 쓸 법한 전문적인 대화를 익히고 싶은지.


‘영어는 대화의 수단’


일단 워홀을 와서 가장 와닿게 느꼈던 부분은 ‘영어는 대화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뻔한 소리 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깐. 여태 많은 영어 학습법 유튜브를 봤고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대화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야지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렇겠지 ‘ 싶으면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 또한 한참 배워가는 중급 영어 학습자이지만, 일단 내가 느낀 대로 한 번 내 의견을 정리해 보려 한다.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대충 넘기지 말고 글로 최대한 표현해 보는 것을 연습해 보는 중)


영어는 대화의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영어로 말하는 것이 조금 더 쉽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 느꼈느냐면,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아닌) 문법은 뭔가 이상한데 뜻이 전달되는 영어를 하는 사람을 보며 느꼈다. 심지어 인도 사람이라 그런지 인도 엑센트가 강했고, 말도 굉장히 빨랐다. 그분이 수업 중에 속사포로 대화를 꺼내면 캐나다인 튜터조차 대화를 놓치고 되물을 때가 많았다. 튜터는 가끔 ‘말을 천천히 하는 게 좋겠다’라는 얘길 꺼내긴 했지만, 아무튼 대화는 잘 진행되었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멤버들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어 레벨로만 따지자면 분명 고레벨은 아닌데, 그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했고, 청자는 알아들을 수 있으며, 쌍방향 소통으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임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를 깨달으며 나의 영어 대화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그 이전에는 ‘사람의 성격’에 대한 추상적인 대화는 지금 내 실력에 어려워서 끼어들어가기 힘들 거야,라고 생각했고 튜터링이나 기타 등등 영어회화를 할 때 ‘아 이 주제는 나에게 어려워서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면서 시도를 안 하려고 했다. ’아직 이런 주제를 말할 실력이 안된다 ‘라는 생각이 나의 영어 세계에 장벽을 만들었다고 하고 싶다. 주제가 어렵더라도 분명 나에게 맞는 방식의 표현법은 존재하는 데 그것을 모르고 시도조차 안 하고 있었다.

instagram @andthatswhyiteach 

https://www.instagram.com/reel/Cnfy6pkM0Sb/?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쯤에서 사랑스러운 대화를 소개해야겠다. 유치원 수업의 한 장면인데 아이들이 동화책의 장면으로 인생의 태도를 배우고 있다. 기린이 긴 다리 때문에 춤을 못 출 거라고 생각한 사자가 무례하게 굴었는데, 아이들은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기린의 외적인 모습 때문에 춤을 추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이 사자의 무례함에 대한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선생님이 Is that an excuse for to be unkind?라고 묻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NO라고 외친다. 그리고 한 아이의 They should have to just say try your best,라는 대답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이 아이는 이 문장을 말하기 위해 instead of, of, of,라며 단어를 되말하고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골라가며 말했다. 아이엘츠 점수 기준표를 보면 단어를 repeat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시험을 위한 지침이고, 어색한 주제에 대해 말을 고르다 보면 되말하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닌, 정상적인 대화다. 그 결과로 이 아이는 “They should have to just say try your best!”라며 멋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다른 영상을 보면 꼬마들이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얘기하고 마음의 상처나 자연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가끔 표현이 서툴러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빙 둘러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이들의 의견이 완벽히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말을 하는 나는 29살이지만, 영어를 하는 나는 6살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반년 전에는 스스로를 3살 영어라고 생각했는데 그새 많이 컸다. 환생 주인공을 다루는 웹툰에서 어른의 기억 그대로 아기로 태어나면 입안 근육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마마, 바바, 이 정도밖에 말을 못 하던데 내 모습이 딱 그 꼴이라는 우스운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레벨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 것은 정상적이며, 마치 아이가 성장하듯 단계를 뛰어넘지 않고 차례대로 밟아가며 영어 실력이 확장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표현법으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하며 나의 영어뇌를 확장시키는 방법이 가장 공식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셀핍에서 제공하는 점수표다. 각 단계에서 가능한 표현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게 되어 있다.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을 해서 자신의 레벨을 파악해 두면, 다음 레벨로 건너가기 위한 가이드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 레벨표를 보며 중심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붙이는 세부 의견에 디테일을 더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회화 수업을 한 것을 다시 들어보면 세부 의견이 세밀하지 못해서(상대도 알 거라 생각해서 한 단어로 뭉뚱그려 말함)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느꼈던 중이다.


워홀 4개월이 지나며 확실히 영어 대화가 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웬만해서는 어설프게라도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딱 알맞은 단어를 모르더라도 둘러둘러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병원에 자원봉사 신청도 넣어놨고, 스카우트 그룹에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는지 문의를 넣었다. 아직도 대화를 하면 관사도 빼먹고 과거 완료 구분도 안 한 채로 말을 하는데, 그래도 가끔 상대방에게 ‘미안, 좀 정신없게 말했지?’ 이러면 상대방은 ‘걱정 마, 100% 이해 가능해’라며 대답하며 대화가 이어진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만 쓰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4편에서 쓸 거라..) 터키 친구와 영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싶고, 3월 초에 중간 점검차 셀핍 시험을 보고 좋은 점수를 얻고 싶다. 스터디 그룹은 어떤 식으로 만들지 지금 구상 중인데, 영어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구상마저 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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