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질병 사이,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현대 주류 의학이 건강을 바라보는 방식
현대 의학은 한마디로 "진단 중심"의 의학입니다.
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치료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목표처럼 여겨질 정도로요.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의료보험 체계가 명확한 진단 코드를 요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진단이 내려져야 비로소 치료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진단이 내려지면, 어떤 약을 쓸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원칙이 있습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종종 빠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왜 이 병이 생긴 걸까?"
유전적 소인이 작용했는지, 어떤 생활 습관이 오랫동안 몸을 갉아먹었는지, 어떤 환경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이런 질문들은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진 순간, 조용히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전 장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현대 의학은 인간의 건강 상태를 "병이 있음"과 "병이 없음" 두 가지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빈혈을 예로 들어볼까요?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12 g/dL 미만이면 빈혈로 진단됩니다. 예를 들어 수치가 11.9인 여성 A와 12.0인 여성 B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공식적으로 한 명은 "빈혈 환자", 다른 한 명은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이처럼 단 0.1의 차이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범주로 갈라놓습니다. 과연 이 두 사람의 몸 상태가 그렇게까지 다를까요? 무언가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자연의학과 기능의학에서의 건강/질병 모델
그렇다면 자연의학과 기능의학은 건강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위 그림에서 보듯이 이 두 분야는 건강을 하나의 연속선(continuum)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건강”과 “죽음”이라는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서 있으며, 그 선 위에는 어느 지점에도 ‘질병’이라는 고정된 경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위치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더 건강한 쪽으로도, 더 나빠지는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앞서 든 빈혈의 예를 이 모델에 적용해 보면, 위 그림에서처럼 두 여성은 사실 연속선 위의 거의 같은 지점에 있습니다. 진단 기준선이 그들 사이를 갈라 놓았을 뿐입니다. 물론 이 기준이 아무 근거 없이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오랜 연구와 임상 경험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연속선 위에서 거의 같은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을 "환자"와 "건강인"으로 딱 잘라 구분하는 방식이, 과연 인간의 실제 건강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지는 충분히 물음표를 달아볼 만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울기가 달라집니다.
이 연속선 모델을 조금 더 발전시켜 봅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진다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건강이 잘 유지됩니다. 무리해도 금방 회복되고, 잠을 못 자도 며칠이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건강은 나빠지는 방향으로 미끄러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현상 유지만 해도 사실은 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질병 진단 이후엔 경사가 더 가팔라집니다.
특정 질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상황은 더욱 달라집니다.
의사가 "이제부터는 병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선의 기울기는 훨씬 가파르게 변합니다. 이 경사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고강도 치료(high-force intervention)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약물이든, 수술이든, 집중적인 의학적 개입이든. 이것은 주류 의학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고,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물론 고비를 넘기고 나면, 고강도 치료의 도움이 없더라도 꾸준히 건강한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완전한 건강으로의 여정
지금까지 자연의학과 기능의학이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속선 모델에서 한쪽 끝을 편의상 "완전한 건강"이라 부르지만, 그런 상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무지개의 끝(Rainbow's End)"에 불과한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이 연속선의 어느 지점에 있든, 완전한 건강을 향해 나아갈 여지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델은 누구에게나 적용됩니다. 활기가 넘치는 젊은이, 몸 곳곳에서 노화를 느끼는 노년층, 큰 사고에서 회복 중인 사람,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심각한 진단을 받고 낙담한 사람, 심지어 말기암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까지 — 모두가 이 연속선 위에 있습니다.
완전한 건강을 향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방향 전환입니다. '죽음을 향한 내리막길'이 아니라, '완전한 건강을 향한 길'로 몸과 마음의 나침반을 돌리는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 결심 하나가 치유 여정의 가장 핵심적인 출발점입니다.
그다음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모든 방법의 토대가 되는 것,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건강하고 조화로운 생활습관의 회복입니다.
그렇다면 그 핵심 생활습관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들을 조화롭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