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을 주는 사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평온함을 선물하고 있을까.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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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았을 때, 가장 가까운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한 권 골라 사는 날. 종종 그런 날이 있다. 지난주 나의 손에 들려 나온 책은 <당신이라는 안정제>였다. 요즘 부쩍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자세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안정제야’라는 말이 내심 듣고 싶었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제목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가 펼쳐 보지도 않고 계산대로 향했다. 며칠째 눈으로 손으로 책을 읽었지만 머리에는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주고 싶다 생각하는 안정감이란 무얼까? 사전에 친절하게 설명된 문장을 눈으로 읽어보고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볼펜을 꺼내 노트의 한 귀퉁이를 색칠하듯 채웠다. 흔들리지 않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음. 급변하지 않음. 깊은 철학이 있는 모습. 굳건함. 믿음직함. 빠르지 않고 천천히. 조신하고 진중함. 여유로움. 자신감을 동반한 느긋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다가 잠시 손을 멈췄다. 마지막에 적어 놓은 글자를 천천히 다시 읽었다. ‘자신감을 동반한 느긋함’이라, 이것도 꽤 괜찮네 생각하고는 다시금 책을 펼쳤다.


그때 난 오랜만에 평온함을 느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아무리 잘 드는 약을 먹는 것보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말 한마디나 따스한 손길이 부자연스럽게 부들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때가.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을까. 당장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마음을 움켜쥐고 잠시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는 마지막 벽이 되어주고 있을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평온함을 선물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열 번쯤 문장을 읽었을 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아무렇지 않게 슬쩍 건네주는 사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또 언제나 그 자리에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있는 모습. 그리고 여유.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안정감이고 싶다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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