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May 06. 2021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글쓰기 3가지 팁)

글쓰기의 우선순위는 문장력 이전에 콘텐츠!

2012년, 대선후보였던 손학규 씨에겐 공감을 못했을지라도 그의 빅히트 대선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이란 짧은 문구에 공감한  정말 많다.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걸 보면 저녁이 있는 삶을 바리네 일상은 여전한  같다.


그.런.데. 미국에 이미 이를 뛰어넘는 슬로건이 있었니...


때는 바야흐로 1992년, 빌 클린턴의 대선 승기를 잡게 한 촌철살인의 카피 이야기다. 조지 부시 정부의 장기화된 불경기 세태를 꼬집어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이렇게 디스한 것.

빌 클린턴
It's the Economy, Stupid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당시 여당인 공화당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는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공산 진영과의 냉전에서 거둔 승리 등 안보상 성과'를 크게 내세웠다. 이때 빌 클린턴 후보 측의 참모는 기민했다. '지금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민생경제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위 슬로건은 그렇게 탄생했다.


맥락상 설명을 해봤는데, 이걸 좀 패러디해보려 한다. 이미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져 나온 카피이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여기에 대입할 수 있는 말들은 넘쳐난다. 난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문제는 콘텐츠야'는 다시 말해, '문장력보다 더 중요한 건 콘텐츠야'라는 말이다. 글쓰기 교육을 '문장력' 기르는 방법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한다면 난 달리 생각해보길 권장하고 싶다. 문장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의 진심은 이해가 간다. 나 역시도 김애란 작가나 신형철 평론가와 같은 유려하고 적확한 문장 구사력을 보노라면 '내가 계속 글을 쓰는 게 맞는 걸까?'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이야 자존감이 높아져서 '나는 나대로 쓸래'가 되었지만 과거에천하의 이동영도 내 문장력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를 떠올릴 것도 없이 아마 이 글을 보는 상당수가 자신의 문장력을 자책하며 '글솜씨가 없는' 스스로에게 글쓰기 자격을 박탈시키려 들 것이라고 본다.

 

문장력?
많이 읽고,
계속 쓰고 고치기만 반복해도
100% 는다!


문장력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꾸준한 습작과 퇴고, 적당한 독서량만 있다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그러니 그보다 더 큰 문제를 잡아야 한다. 바로 '콘텐츠의 부재'다.


만약 당신이 문장력이 부족해도 콘텐츠가 충만하다면? 출판사는 당신을 컨택한다. 그게 '팔리는 콘텐츠'라면 더더욱. 딸리는 문장력은 출판사에서 채워줄 수 있지만, 출판사가 기대하는 '유니크한 독보적 콘텐츠'는 오롯이 작가(저자)가 소화할 몫이다.


지금 글쓰기를 한다면 문장력 어쩌고 하며 필사하기보다 내가 쓸 '콘텐츠'를 부단히 담아두는 일상이 필요하다. 콘텐츠는 어느 순간 팍 하고 원고지 앞에 튀어나오거나 올라오지 않는다. 내가 현실을 살아내야 한다. 현실에서 콘텐츠를 쌓는 연습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경험한다.
경험이 어려우면 책을 읽자. 책으로 모자라면 만나서 대화하자.

무모하리만큼의 모험 정신이 있으면 좋다. 관심 있는 분야라면 자신도 모르게 용기가 생기고 이미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무지하고 새로운 분야라면 약간의 무모함(무식하면 용감하다)의 도전정신이 필수다. 두려워 말자. 경험은 무조건 남는다. 난 이렇게 믿는다. 모든 경험은 신의 메시지를 남긴다고.


예전 같으면 다른 나라로 건너가기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녔겠지만 요즘은 코로나 19 상황이다 뭐다 해서 다양한 경험이 과거보다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정 안 되면 책이라도 가까이 하자. 내가 미처 모르는 수많은 이 세상의 느낌들을 텍스트로 구현해낸 책은 현존하는 가성비 가심비 '갑'의 대체 불가능한 보물이다.


처음에 문학 작품이 어렵다면 당장은 예술적인 접근이 아니라도 좋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천착하고 독파하겠다는 마음으로 꼬리 질문을 품고 책을 무작위로 읽는 거다. 생활 취재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책은 다른 이의 정리된 경험을 보며 내 길을 찾는 좋은 수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독가들은 자연스레 이렇게 말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작가와의 대화를 한다고. 혹은 실제 전문가를 현실에서 만나 대화를 해보거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요즘 웬만한 전문가는 유튜브에도 있다. 진짜 조금만 찾아보면 그들의 연락처가 뜨는데, 일이나 전화로 용기 내어 인터뷰를 요청해보길 바란다. 정중하게 예의만 갖춘다면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솔직히 나만 해도 그렇다. 나에게 오는 전화나 메시지도 거의 유료 강의급으로 답변해준다.


좀 미련하긴 하지만 얼마나 용기 내어 나에게 연락했을까 생각하면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소속사가 있어서 프라이버시를 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누군가 내게 인터뷰 요청을 하거나 부탁을 하면 지금껏 100% 응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위치에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어느 정도는 맞다.


하지만 최근에도 내가 새로 공부할 분야에 대가를 유튜브에서 찾아 연락을 취해 곧 직접 만날 기회를 얻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은 많았고, 그건 전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나 블로그, 브런치 등으로 맺어진 인연이었다. 난 SNS는 그렇게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상대에게 가 닿을 명분과 실리 중 하나만 분명히 있다면 이 세상 누구든 나를 만나줄 거라고.
2. 수집한다.
수집하는 궁극적 이유는 '자꾸 써먹기 위해서'다. 연상할 거리들을 만들자. 안테나를 세우고 발견의 기쁨을 만끽해보자.


뭘 하든 비용은 든다. 투자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가장 저렴한 비용이 무엇인지 따지기 전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수집이 될까를 생각하자. 창작자들의 톡톡 튀는 생각은 어디에서 올까? 정말 연관이 전~혀 없을 듯한 것부터 밀접한 것들까지 합치고 부시고 쪼개고 개별화하고 대입하고 바꿔보는 습관에서 온다.


당신이 유희로만 즐기던 드라마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다. 그걸 내가 글쓰기를 할 때 어떻게 써먹을까? 하는 방향성을 가져보자. 그때 못 보던 것이 보인다. 만약 안 보인다면 반복해서 보자. 메모하면서 보자. 분석하면서 보자. 이런 작업이 피로하다면? 그만둬도 좋다. 더 재밌는 걸 찾는다면 말이다.


재밌는 걸 찾다가 지루한 걸 접하면 또 거기서 오는 인사이트가 있다. 이걸 내가 왜 지루하게 느꼈을까? 가 발상의 전환이 되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먹히지 않았지만 기발한 걸 내가 변형하거나 인용해볼 수도 있다. 그럴 땐 무엇보다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머리로만 기억하는 건 용량의 한계가 있기에 그렇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천착하다 보면 잠시 쉬어갈까? 하는 타이밍에 했던 딴짓이 기가 막힌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는 주로 책이나 영상을 수집하는 편인데, 특히 책 같은 경우에는 그걸 다 완독 하진 않는다. 서재에 꽂힌 책을 아무거나 꺼내서 목차만 떠들어 보아도 수집할 만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그냥 책 아무 데다 펼쳐서 그 문장을 곱씹어 보아도 좋다.


세상에 자료는 넘쳐난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레퍼런스는 이미 많다. 좋은 세상이다. 팩트체크만 잘한다면 유용하게 써먹을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세상에 없던 로운 걸 만들고 싶다고? 기존에 것을 많이 수집하고 수시로 정리해서 내 것으로 만들자. 내 목소리, 내 색깔, 내 인생이 묻어나는 순간 이야기는 유일해진다. 


글을 쓰기 위해 가끔 구글링을 하는데, 내가 과거에 쓴 글이나 자료가 뜰 때가 많아서 오히려 고민인 사람이다. 그러니 콘텐츠 다음의 문제를 콕 짚는다면? 아직 문장력이 아니다. 어쩌면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이미 내 안에 있고, 충분히 수집할 만큼 했는데 아웃풋을 내지 않는 게으름을 타파하면 내가 정리한 콘텐츠가 세상에 짠하고 선보여질 것을 안다. 아는데, 다 아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기획해둔 책은 안 내고 대신 이렇게 한 편의 브런치 글을 완성했다. 한 편이라도 쓴 기특한 내가 나에게 돌직구 충고 한마디 해야겠다.

 

동영아, 네 문제는 게으름이야
3. 생각한다.
생각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생각한다는 건 질문한다는 말이다. 아무 질문 없이 생각은 불가능하다. 뭔가를 연상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어휘량을 늘리는 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아는 어휘 내에서 구사를 해내는 능력이다. 그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어 내는 작업이 '연상력'을 기르는 것인데, 대개는 이것이 뛰어난 사람들이 위트가 넘친다.


시간 내서라도 유튜브를 통해 '이수근,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과 같은 방송인들이 '드립'을 치는 걸 가만히 돌려보자. 그들이 얼마나 평소에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고 사는지 알 수가 있다. 바로바로 그때그때 딱 맞는 드립이 나오는 건, 그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부단히 연상력을 기르 살아온 분이다.

JTBC 아는 형님 이수근

내가 경험하고 수집한 만큼, 생각하고 생각을 비워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버릇처럼' 멍 때리고, '버릇처럼' 떠올리고, '버릇처럼' 연관을 지어서 '버릇처럼' 드립 치듯 글을 써보자. 넘치는 생각 정리가 된다. 언어유희나 말장난이라도 좋다. 예의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재치 있는 훈련법으로 일상에 남을 것다. 생각하라. 많이 질문하고, 틈나는 대로 대한 많이 연관시켜 보길 바란다.


그럼 톡톡 튀는 나에게 '캐릭터'가 부여된다. 세상에 슬며시 나온 콘텐츠는 나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로도 빛나게 될 것이다.


https://linktr.ee/leedongyoung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실력과 필사는 진짜 연관이 있을까?(이동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