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강사(2025년)가 알려줌
난 1,000명 앞에서도 강의를 한다.
그러나 극 I (내향형) 성향인 내가 강의할 때 너무 떨어서 말을 못 한 적은 없다.(끝나고 집에 가면 거의 쓰러진다.)
'왜 하나도 안 떨리지?' 생각이 들면 오히려 조금 떨리는 정도이다.
만약 떨지 않고 발표를 잘하고 싶다면, 내가 쓰는 방법을 속는 셈 치고 따라 해 보아도 좋겠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내 추종자(팬)'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건 어렸을 적부터 가요제에 동행해 준 어머니가 내게 늘 떨지 않는 법으로 알려준 것이었다. 가수가 될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하는 무대를 좋아해서 가요제에 자주 나갔고, 어머니가 매번 동행하며 내가 긴장할 때마다 조언해 주신 것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강단에 설 때마다 내 무의식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하겠다.
예전에 군부대 순회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우정의 무대>의 MC 뽀빠이 이상용 씨는 그 기센 군인들을 앞에 두고 진행할 때마다 '다 연탄이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미디언 장도연 씨는 긴장되는 무대에 설 때마다 '나 빼고 다 X밥이다'라고 되뇐다고 밝혔다. 겸손한 인성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 선수도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내가 최고의 선수다. 어떤 수비수도 날 막을 수 없다'라고 곱씹는다며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인간은 다 비슷하다.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없고, 아무리 프로페셔널이라 해도 사람들 앞에 주목을 받을 때 적당한 긴장감이 없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과도하게 긴장이 되어 목소리가 떨린다면 나만의 주문을 하나 정해서 외우길 바란다. 그 중심에는 내가 이들의 기운을 압도하는, '이 순간만큼은 독보적인 존재'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웃음을 주는 건 좋은 능력이지만 우스워 보이는 건 불리하다. 우스워 보이지 않으려면 기에 눌리면 안 된다.
압도해야 한다.
과거에 큰 무대에 섰을 때 아쉽게 성과를 못 내고 스러져간 사람들은 운이나 실력이 없는 게 아니었다. 거기까지 갔던 사람들은 운과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재능이 특출나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건 대부분 멘탈 문제가 컸다. 멘탈이 무너지면 끝이다. 운과 실력이 따라줬을 땐, 멘탈만 부여잡으면 살아남는다.
어떤 스피치 강사는 내가 떨리고 있다는 걸 여유 있게 고백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도 말한다. 그건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어서 호의적인 반응이 있는 집단 앞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더 냉랭해질 수도 있다. 어떤 심리학 교수는 이른바 '슈퍼우먼 자세'를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차오른다고 했다. 나중에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다는 등의 연구 데이터가 효과를 입증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하여 근거가 부실한 방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볼 땐 기분 탓이 큰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몸에 자동화가 될 만큼 배인 연습과 훈련, 그것으로 인한 자기 확신이 가장 좋은 자신감의 근거가 된다고 믿는다. 그동안 쌓인 자기 효능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나 자신을 그대로 외쳐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경험이 적다면 오히려 실패해도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워보자. 될 대로 되라의 근거는 오직 그동안 준비해 온 자신에게만 있다. 누군가 자신감의 근거를 물을 때 자기를 가리키며 나 이동영이야! 와 같이 자기 이름을 댈 정도의 자기 확신만 있으면 된다.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무엇을 하든 나는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굉장히 추천드린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힘든 과정에 놓여 있을 때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하게 도와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불운한 일들이 겹쳐 새로운 힘든 과정을 만났을 경우 자신감의 근거를 잃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논리다. 흥미로운 발상이란 생각을 했다. 비슷한 말을 봉준호 감독도 한 적이 있다. 2006년 제2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서 올해의 감독으로 뽑힌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면서 "재능이 있다고 믿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해 영화를 만들기 바란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만약 살면서 내가 감당 못할 것 같은 큰 무대에 섰다면, 딱 이 생각만 남겨두자. 내가 여기 설 만하니까 섰다고. 그게 바로 나라고. 그럼 된다. 나는 나대로 나를 보여주면 된다. 내 앞에 있는 청중들은 아나운서나 프로 강사처럼 완벽한 스피치를 기대하지 않고 내가 떠는 것에도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준비한 걸 하고 마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박수갈채를 받을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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