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델마와 루이스>
<델마와 루이스>는 제목에서도 금방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델마'와 '루이스'의 우정이 가장 눈에 띄는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점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면서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해가는데요, 많은 것이 변화해가는 와중에도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우정은 결코 변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더 강렬해지고, 더 확실해져요. 많은 일들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여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과감함을 되찾는데요, 이러한 이들의 변모는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통해 회자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델마와 루이스>에는 여자를 무시하는 다양한 유형의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델마'의 삶을 지배하는 남편, 로맨틱한듯하지만 폭력적인 모습의 '루이스'의 남자친구, 두 사람의 전 재산을 훔치는 '제이디', 지나가는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는 트럭 운전사 등입니다. 한 영화에서 등장하기에 이런 캐릭터들의 모습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여정을 인생의 여정으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게다가 여자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던 남자들이 두 사람이 총을 들고 나서야 태도를 변화하는 모습은 남성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나서야 자유롭게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 두 사람의 모습과 합쳐져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로드 무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로, 주인공 '델마'와 '루이스'가 길 위에서 자유를 찾아 달리는 과정이 잘 녹아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여정을 영화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이들을 유심히 보시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요, 두 사람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운전대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루이스'의 차 안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종종 초대되기도 하지만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언제나 '델마' 혹은 '루이스'입니다. 이는 차를 직접 운전하는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고자 했던 작가 캘리 쿠리의 의도가 잘 녹아들어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델마'와 '루이스'가 달리는 길이 단순히 멕시코를 향한 도주의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들은 자유의 이상향으로 달리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인생의 길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결말에서 이러한 점이 더욱 확실해져요. 길을 스스로 운전해 달리는 '델마'와 '루이스'의 변화와 자유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체성을 되찾은 두 여성의 여정을 의미하는데요, 로드 무비이기 때문에 이 여정이 훨씬 직접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델마와 루이스>는 로드 무비여야 했고, 로드 무비이기 때문에 훨씬 시사하는 점이 많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작가인 캘리 쿠리는 '두 명의 평범한 여성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델마와 루이스>의 집필을 시작했는데요,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아닌 두 여성이 무법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어 했던 작가의 의도가 영화에도 아주 잘 녹아있습니다.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두 여성이 범죄 행위를 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집중하여 영화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 설득력을 부여하여 개연성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보다 '델마'의 자립이 아주 인상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무엇이든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델마'는 '루이스'와의 여행을 위해 남편의 허락 없이 과감하게 길을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남편의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새로운 남자와의 만남에 빠져드는 '델마'의 반복된 행동은 혼자 서는 방법을 몰라 계속해서 새롭게 기댈 곳을 찾는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그런 모습이 민폐 캐릭터로 읽히기보단 스스로를 위한 성장이 필요한 모습으로 읽히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델마'는 점점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서는 방법에 대해서 터득해나가며 영화 초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많은 여운을 남겨요.
사실 '델마'와 '루이스'의 여정은 얼핏 어설프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으로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나가야 하는 이들의 혼란에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이들의 어설픈 도주극이 성공하길 바라게 됩니다. 낯선 길을 달리며 두 사람은 일상에서 느꼈던 압박을 조금씩 벗어던지는데요, 화려하게 꾸몄던 화장, 불편하지만 예쁜 옷, 멋진 머리 스타일, 남편 혹은 남자친구까지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점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갑니다. "내가 약간 미쳤나 봐"라고 말하는 '델마'에게 "아니, 넌 항상 그랬어. 표현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루이스'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델마와 루이스>속 두 사람은 분명히 무법자이고 범법자이지만 계속해서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들 스스로도 처음으로 겪는 일이기 때문에 이들의 도주극에는 분명히 시행착오도 있고 부족함도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이들을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두 사람의 부족한 부분까지 끌어안고 있어 더욱 사실적입니다. 오히려 이런 사실적인 모습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멕시코)으로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게 되기를 함께 응원하고 바라게 됩니다. 이제 막 깨어나 자유를 느끼게 된 두 사람이 자유를 알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자유를 향한 완벽한 일탈처럼 보여 영화가 끝난 후에도 무거운 여운을 남깁니다.
●●●●●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