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미카 Sep 21. 2018

내가 달리는 이유

난생처음 마라톤이라는 걸 경험하면서

안녕하세요. 마리미카입니다.


저는 올해 4월 23일부터 새벽기상과 새벽운동을 시작했는데요. 

이 사실은 남편만 알고 있어요. 뭐 방방곡곡 떠들 이야기도 아니고, 주변분들은 모르십니다.


그런데 마라톤(5km,건강달리기)을 준비하면서 슬슬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졌어요.^^ 아주 친하게 지내는 지인 몇 분에게 슬쩍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다른 가족들은 모르셨네요. 


어제는 시댁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시댁이 집 근처(걸어서 5분)라 저희는 1주일에 2번정도 시댁에서 식사를 합니다. 어머님 음식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개인택시를 하시는 아버님은 식당 밥을 안 드십니다. 꼭 집에서^^ 덕분에 어머님이 많이 힘드시지요.


저녁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남편이 불쑥.
"윤경이 다음주에 마라톤 나간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긴장하고, 운동도 잘 안되서 조금 부담스러워했던 저를 위로하고 싶었던 걸까요?^^

어머님 왈.
"그래? 그래서 네가 요즘 얼굴이 반쪽이구나? 달리기 연습하느라. 잘하고 와라."

아버님 왈

"왜 달려? 달리기를 왜 하는 거야?"


순간 잠깐 당황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했던 대답은
"아버님, 달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건강에도 좋고요."

문득 내뱉고 나서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달리지?'
한 번도 그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정말 그냥이었습니다.
어릴 적 꿈? 로망?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갈망?
시작은 분명 운동을 하면서 체력이 좋아지니, 한 번 달려볼까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달려볼까를 떠올렸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는 힘듭니다. 많이 달리고 오래 달리신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달리는 과정이 아직은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이쯤에서 그만할까, 좀 걸으면 어때, 이번 바퀴만 돌고 쉬자 등등 달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런데 딱 2번, 생각이 사라진 경험을 했습니다. 5km를 다 뛴 그날. 지금까지 딱 2번. 저에겐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다 뛰고 난 다음 생기는 두근거림, 만족감, 희열, 감사.

달리기는 무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우리에게 건강을 선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줍니다.(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평소에도 분명 뛰고 있는 내 심장이 일상에선 그 값진 가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뛰고 나면 그 가치를 알게 됩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이렇게 숨쉬고 있음을, 그래서 감사함을...

여러분은 왜 달리시나요?
여러분은 왜 달리지 않으시나요?

저는 달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래서 달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