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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Sep 10. 2015

겉과 속

스며드는 아름다움의 발견

외적인 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덕분에 거리에는 다양한 꽃들로 가득 피어났고,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향기를 뿌리고 다닌다. 화려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그 꽃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비를 더 많이 맞았는지, 폭풍우로 인해 뿌리가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저 예쁘면 꽃을 꺾어가거나 사진을 찍기 바쁘다. 화려한 색 뒤에 있는 꽃들에게는 '꽃'이지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조롱을 하기도 한다. 태어나 새싹을 피우고 건강하게 자란 꽃들일뿐인데, 화려함에 따라 사람들은 차별을 한다. 어렵게 피어난 꽃들은 결국 마음의 병을 얻어 쓰러지고 만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되면 누구나 '첫인상'을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아마도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기억은 오래 각인될 수밖에 없고, 평소 자신과의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첫인상'은 오래 각인될 수도 있지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 따라 희미하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매번 좋은 느낌의 '첫인상'을 주기란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무표정을 지으면 차갑게 보이는 인상 때문에, 멍하니 있으면 마치 자신을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 보는 것 같아 불쾌감을 표한 사람도 있었고. 단발 머리로 기억하거나 그냥 그림을 그렸던 아이라고 특징을 파악할 때가 많았다. 처음에 웃으며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나와 맞지 않은 가면을 쓰고 다가가니 그들이 어색해했던 경우들도 있다. 나는 '친화력 좋은 사람'이 아닌 '어색한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받은 느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뚝뚝한 표정을 지녔던 친구는 미소가 많은 사람이었고, '첫인상'이 감흥 없던 사람들은 나의 친근한 사람들이 되어 주었다. 처음에 분위기를 띄우려 서로 가면을 쓰고 웃어대던 사람들은 어느새 멀어져만 갔다.


'첫인상'은 비교적 빨리 결정되지만 그것이 자리 잡히기 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밝게 인사해주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낄 이유는 없으니까. 내가 그 사람을 파악하는 시간 까지가 '첫인상'이 비로소 완성될 때의 모습이 아닐까. 어떤 시기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지가 제일 중요하지.




평소의 나는 말이 없는 편이다. 그 덕분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해도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자주 연락하던 친구와 대화를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아야 할 내용들을 친구는 덤덤히 나에게 전해주었다. 아마도 어딘가에 소리치고 싶었지만 말할 곳이 없어 내게 털어놓은 듯했다. 밝은 미소로 날 반겨줬던 사람이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지내온 지는 몰랐다. 전혀 티가 나질 않아서.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부터 나는 친구에게 하나 둘 씩 나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나의 감정은 이러한데, 네 생각이 궁금하네. 너는 그렇게 지냈었구나, 나보다 어려운 시기를 꿋꿋하게 견뎌 냈구나.


다소 나에게 있어 밝은 첫인상을 선물해줬던 친구도 슬픈 내면을 가지고 있었고. 날카롭던 시선을 가진 친구 역시 활기찬 내면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도 누군가가 보면 어렵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가간다면 다양한 면이 있는데. 내가 너무 섣불리 이 사람들을 판단했었구나 싶었다. '단정 짓는 것이 싫어'라고 말은 잘 해놓고, 상처받기 두려워 사람을  알아가기보다 얕은 수심에서 나와 같이 놀 사람들이 오길 바랬다.


인연이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서는 그 화려함의 정도의 차이 보다 대부분 내면의 고통으로 인해 서로의 방향이 갈리곤 한다.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다. 단지 그 시점부터 알아갈 뿐, 전에 어떤 삶을 지닌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에 매료되는 순간들이 좋다. 내가 이 사람을 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서로의 내면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내 옆에 다가 온다면, 나 역시 그들의 진가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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