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로부터
어렸을 적 크게 가지고 있던 꿈들 중 하나는, 역시 잘 먹고 잘 살기였다. 나는 그게 실행되려면 '좋은 집'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은 굉장히 단순했다. 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편하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나의 공간에 놀러와 편히 쉴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취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그가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공간이겠지. 그렇기에 어디론가 초대를 받아 발을 딛게 되는 순간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도 설렐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 향기 까지도 각양각색으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짜릿하다.
어떤 공간을 채워나갈까를 고민하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다. 책장에 원하는 책을 가득 쌓아두고 싶기도 하고, 좋아하는 물건들로 전시를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두서없이 막 쌓아두고 전시를 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분명함이 있어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고 혹은 놀러 올 때 그 사람이 나의 공간에서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시간의 공기를 나와 공유했으면 좋겠다. 조용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모습.
모으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기도 하고, 그것들을 가지고 있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것도 즐거운 재미라고 생각한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개인 박물관을 만들어 내는 건가. 작은 공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소소함이 가득 차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아늑할까. 나의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들, 네가 선택한 나의 느낌들.
나는 그 공간이 만들어지길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