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Sep 12. 2015

내 머릿속의 지우개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평일의 영업을 종료하는 금요일이 내 곁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 금요일 저녁이 된다고 한들 평일의 연장선 같아 맘 편히 쉴 마음이 안 느껴진다. 누군가의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일이 예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상황 속의 일들을 하나 씩 정리하다 보니 이제 한 숨을 돌려서 그런가 보다.


토요일 주말이 날 반겨주겠지만,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움직이겠지. TV 채널을 켜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주말의 일상을 채워줄 테고. 아마도 나의 주말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사실해야 할 일들이 쌓여져 있는 건 많다. 그것도 주말 내에 내가 마음을 다잡는다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양일지도 모른다. 귀찮아서 그냥 하기가 싫어진 건지, 어떻게 처리할 방법을 잊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고는 늘 생각하지만 막상 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금방 또 싫증을 내고 다른 것들을 찾아다니겠지.


이런 날이면 종종 핸드폰 전원도 끄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펜을 잡아도, 컴퓨터 앞에 앉아도 잘 풀리는 일들이 없으니까. 괜스레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면 다시 내 머릿속을 초기화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탈출구는 몇 개 없다. 기분전환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나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텔레비전을 틀고 채널을 계속해서 돌리거나 그 날의 기분에 맞게 끌리는 영화들을 쳐다 볼 뿐이다. 또한 평소 잘 듣지 않던 취향의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는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빈둥거리다 지쳐서 잠에 들곤 한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게 나은 것 같다. 내가 뭘 억지로 집어 넣는다고 해서 무기력함이 넘치는 기운으로 바뀌지도  않을뿐더러 귀찮은 일만 만들게 된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본래의 내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