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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린 이수민 Jun 21. 2021

우리나라 1세대 조각가가 빚은 해와 달

최만린미술관 살롱음악회 해설 기록


한국추상조각 1세대이자 미술평론가인 최만린 작가. '추상조각의 개척자'라고도 불린다. 1935년생이고 2020년에 별세.


이번 공연해설을 준비하면서 최만린 작가에 대해 찾아봤는데 어마어마한 분이었다. 그야말로 의지의 한국인의 표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6•25로 부모형제를 모두 잃고 맨손으로 자수성가를 하셨다.



1997-9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역임, 2000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14년에는 대한민국 은관 문화훈장 수혜까지.


빛바랜 신문 속 그의 인터뷰를 보면 '길이 없다고 망설이거나 남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믿고 따르라'고 하셨는데

크~ 찐으로 멋진 분이다.



그가 30년간 사용하던 작업공간이 리모델링을 거쳐 2020년 공공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층고가 높은 2층 건물이고 그가 사용하던 나무계단과 천장을 그대로 살려놓았다. 평생 흙을 어루만지며 살아온 작가의 숨결이 깃든 공간은 아담했지만 빨간 벽돌과 흰벽, 청동 조각들이 어우러져 무척 예술적이었다.



1970년대 최만린 작가의 작업 주제이자 지금 최만린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인 [해와 달]이라는 주제에 맞는 곡들을 하임콰르텟이 선곡하여 연주하고, 나는 해설을 했다. 하임콰르텟은 서울시향 멤버들로 구성된 10년차 실내악팀.


무심코 초코하임을 먹다가 팀 이름을 지었다는 그들의 이야기처럼 영감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니 항상 눈을 크게, 귀를 활짝 열고 있어야 한다. 물론 하임(Heim)에는 집, 고향이라는 멋진 뜻이 있지만 말이다.


하임콰르텟은 첫 곡을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4번 일출>, 마지막 곡을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 나의 인생> 으로 선정했는데 해와 달처럼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조각과 음악, 공간이 삼위일체가 되어 낭만적인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술과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하나의 주제가 흐르는 미술관 속 음악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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