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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청춘 Aug 06. 2016

함께 걸어요

숭례문학당 걷기 모임 체험수기



 걷는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이었다. 운전도 하지 못하고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움직이는 활동은 바로 걷기였다. 어렸을 때에도 그랬다. 집과 학교의 거리가 다른 친구들보다 가까운 적이 없었던 지라 늘 걸어 다녔다. 그렇게 걷기는 일찍부터 나와 늘 함께 했다. 작년 초반에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독서토론을 하다가 달리기를 시작한 내가 굳이 걷기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내가 처음으로 생활의 활력을 느꼈던 그 기운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늘 걷게 되는 내가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더 큰 의미가 있을지 생각도 들었다. 다른 사람에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걷는 것은 늘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인데, 온라인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굳이 함께 걸을 필요가 있을까? 나처럼 걷는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의심을 품을 만 하다. 하지만 나는 함께 한다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고 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그랬다. 숭례문학당 분들과 그저 카톡으로 운동 인증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대회 때 그저 함께 보고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걷기 또한 함께 하고 싶었다.

 1기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2기와 3기 함께 했다. 달리기 운동과 병행하고 있는 나는 같이 기록이 되니 조금은 다른 사람들도 수월하게 거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걷기는 걷기 나름대로 달리기는 달리기 나름대로 그 만의 매력이 있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걷기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다양한 직업군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역시 즐거움이 되고 있다.
 
걸으면서 가장 변한 것은 아무래도 직업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프리랜서 강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시간활용능력이다. 전에는 중간에 공강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 공강 동안 무엇을 해야 될지도 잘 몰랐고, 밖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역시 내 체질이 아니었다. 하지만, 걷기를 하면서 숭례문학당을 만나면서 공강에도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조금 답답하면 걸을 수도 있고, 공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늘 시간에 쫓기는 내가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운 날 걷는 것은 추운 날 걷는 것 보다 솔직히 더 고역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의 여름 옥살이와 겨울 옥살이의 차이가 생각날 정도로, 겨울에는 추운 날 걷는 것이 더 어려울 줄 알았는데, 여름 걷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들 하루에 5km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함께 하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과 마감이 있어야지 그것을 지속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지구력이 뛰어나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마 그건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cctv효과가 작용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속에서의 마감의 능력이 아마 함께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걷는 다는 것은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 분명 스스로 자신만이 아는 즐거움이 있다. 누구에게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 마음, 그 마음을 늘 간직하며 꾸준히 함께 걷고 싶다.

여름 날 함께 걸었던 3기 분들 너무 즐거웠습니다. 4기에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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