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베리 Apr 22. 2019

사색이 필요한 순간

어디서나, 언제나

매미소리보다 귀뚜라미 우는소리가 많이 들리는 걸 보니 여름도 이제 작별인사를 하려나 보다 했다. 그러고 보니 입추가 지나서 일까. 아침에도 뜨거운 바람이 불던 지난주와는 달리 선선한 바람이 두 뺨을 스쳐간다. 고개를 푹 떨구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 발 두 발 내딛는 이 길에도 조만간 눈으로 뒤덮이겠지. 설렘이 가슴속에 모락모락 피어난다.

나는 항상 늘 언제나 어떤 계절이 좋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 없이 겨울이라 답했었는데 작년 겨울 유독 추위를 많이 타서인지 이제 추위라면 딱 질색이라고 노래를 불렀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금 마음이 두근거리는 나는 그래도 결국 겨울인가 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운 그 풍경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고 싶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동시에 햇빛에 반사된 빛이 여느 보석 못지않게 반짝거리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눈을 스르륵 감으면 귀에서 들려오는 잎사귀 부딪히는 소리와 이제는 하나 둘 떨어지는 수명 다 된 나뭇잎의 굴러가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고개를 들어 나무를 쳐다보곤 하는데 횡단보도에서 다음 신호가 바뀔 때까지 한 참을 바라본 적도 있다. 사실 매미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인지 찾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손가락을 하나 둘 접으면서 마음속으로 올해도 몇 개월 남지 않았네 라고 되뇐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잃었고 무엇에 슬퍼했으며 무엇에 기뻐했는지. 앞으로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려는 찰나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그래 생각일랑 집어치우고 출근이나 하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작은 빨간 마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