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끝나고 난 후, 나를 진정으로 추억해줄 사람은 누굴까.
환자분의 마지막 입퇴원은 여름에서 여름으로 끝이 났습니다.
진통제가 필요할 때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으셨던 분.
그는 강직하고도 고독한 표정으로 한 차례의 미소도 없이 그렇게 긴 입원 생활을 했습니다.
아마도 홀로 견디고 버티어낸 삶이었기에, 의료진의 작은 관심도 불편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태가 점점 악화하며,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거절)에 동의를 하셨고
저는 그분을 간호하며 언제 의식을 잃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명이라도 찾아와, 간성혼수로 의식을 잃기 전에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랬지만
아쉽게도 제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생전 그분의 마지막 미소를 보게 된 것도, 온전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눈 것도
의식을 잃기 전 그의 담당 간호사인 '저'였습니다.
그래서, 생을 떠나기 전까지 진심을 담아서 간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터질듯이 차오른 복수때문에 반듯이 눕지도 못했던 그가
의식을 잃고선 반듯이 침상에 누워있습니다.
때때로 신음소리를 내며, 피거품을 뿜으며 힘겹게 힘겹게 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망이 없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빨리' 죽게 해줄 수 없냐는 그 물음을 듣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병실 문이 닫혀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의식이 없어도 들을 수는 있으니까...
혹시나 그가 이 말을 들었을까봐 노심초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가족도 '외면'해버린 이의 마지막 길은, 정말 차갑고도 시리다는 걸 느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그날은 아직도 제 마음속엔 차갑게 남아있습니다.
위 일러스트는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도서 판매 수익금을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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