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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24. 2019

사업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

[결혼에미치다]  사업과 사장님 마인드에 대한 고찰

'결혼에 미치다'


부부가 함께 쓰는 다큐에세이


 7화

사업과 사장님 마인드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나가는 것. 유럽 어린이라면 열 살만 돼도 잘하는 일들인데, 우리에겐 쉽지가 않다. 삶의 주인이 ‘나’라는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기 때문이리라. 초중고를 거쳐 상당량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우리가 배운 거라곤 모두 비슷한 생각만을 하도록 잘 짜인 수능을 위한 교육이 고작 전부였다. 대학마저 취업 사관학교에 불과했으니 말 다 했다.

우리 뇌는 그래서 누군가에 종속된 채 당연하게 회사 등지를 다녀야 익숙하게 설계돼있다. 누군가 이미 정해놓은 방식과 루트대로 그것을 따르는 게 심적으로 편하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한다거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삶을 밀고 나가는 일은 늘 낯설고 어렵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결국 능동적인 삶의 태도가 우리에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겠지만 ‘사업’이란 단어도 특별한 기준 없이 매우 극단적으로 사용되곤 한다. 사업, 말 그대로 개인의 먹고사는 일에 불과한데도 누군가 사업한다고 하면 돈에 미친 사람처럼 그를 본다거나 ‘삼성’과 같은 회사를 떠올리며 대단히 거창한 일을 하려는 무모한 사람처럼 여긴다. 심지어 빚보증이나 빚더미에 앉아 집안을 말아먹는 일을 하려 든 사람들처럼 생각하기까지도 한다. 그래서 가족들조차 굳이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는 거냐며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걱정 어린 말들을 전하기도 한다.

사장님 마인드, 이 단어도 마찬가지다. 자기 일에 스스로 책임지고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 이 정도의 뜻이 적당함에도, 갑질이나 오만방자가 떠올린다거나 성의 없게 장사하는 불친절한 사장님 마인드를 연상하곤 한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사장님 나빠요.’란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괜히 유행한 게 아니다.


이 모든 뉘앙스는 결국 수직적인 주입식 교육, 주종 관계가 확실한 교육을 받아온 결과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오로지 세속적인 기준들 특히나 돈에 의해 생긴 역학 관계 때문에 완성된 뉘앙스인 것이다. 하지만 ‘사업’은 반드시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도, 어떤 이유에서건 회사를 나가게 되었을 때 하게 되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될 일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선험적으로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내게로 오는 문제, 그것은 내가 하려는 일이 남에게 쓸모가 있거나 감동을 줄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게 말이 쉽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쉬운 예로, 내가 커피를 만든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 커피 한 잔을 팔아서 월세 주고 재료비 제외하고 1000원을 남긴다고 쳤을 때, 그걸로 내 삶을 유지해나가는 것 역시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그래서 자기 일로 밥 벌어먹으며 사는 일은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만 겨우 유지가 가능한 일이다. 내 신념은 끝없이 도전받고 내 자아 역시 끊임없이 도전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내 일이라고 해서 나만의 세계에 너무 집착한다거나 그래서 남에게 쓸모가 없다면 굶어 죽을 수 있다. 반대로 대중의 취향만을 고집하다 보면 독자적인 자기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하지 못해 언제든 위기를 직면해 그 속에서 허덕일 수 있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야만 지속 가능한 상태로 먹고사는 게 가능하다.

셋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책임지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 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많은 책임감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일 자체에 대한 애정보다 때론 비루함, 천박함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가끔씩 자신의 존엄과 영혼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내 인간성이 마모되고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를 견뎌내며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바로 사업이다.

사업의 대상이 단지 책이었을 뿐,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에 대한 사랑, 간호사들에 대한 부채의식, 이런 개인적인 동기들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책을 팔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나 책은 삶에서의 필수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책이 필요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책은 정말 우리 삶에 필요하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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