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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류장 Oct 02. 2018

I open at the close

나는 끝에서 열린다

얼음이 녹고, 피어나는 새싹 

어둠이 지나, 떠오르는 태양


자연의 이치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삶에서 높고 낮은 많은 굴곡을 경험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우리에겐 또다른 열쇠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죽음의 무기력한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발견해 계속해 걸어나가는 것.

그 소중한 꽃들이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고, 감사와 기쁨이 된다.






"나는 끝에서 열린다."를 보고 뚜렷히 생각나는 대상이 있는 당신, 반갑다.



죽음을 각오하고 나서야 열리는 스니치




요즘 조앤 롤링이 밝힌 '내기니'의 진실로 화제에 오른 <해리포터>의 명대사이자,

촘촘하게 깔아놓은 <해리포터> 소설 속 복선 중 단연 압권인 부분이다. 


이 문장이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한 이유는,

작품 속 극적인 순간이 인상깊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어둡고 힘든 순간, 죽음을 각오하고 주어진 삶을 정면으로 맞설 때

우리에게 새로운 힘과 희망이 피어난다는 것이

당신의 영혼으로부터 들려오는 진실이기 때문일테다.


나는 오랜 기간 라틴어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문장을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다.

결국 죽게 되는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왔지만, 머릿 속으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매순간 실천하며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커서, 아직도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memento mori의 유래는 로마 공화정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을 위한 개선식을 화려하게 진행하는 동안, 장군과 함께 전차에 올라탄 노예는 장군의 귀에 끊임없이 'memento mori'라고 속삭였다고 한다. 

또한 개선장군에게 수여되는 관에는, 이런 구절까지 써놓았다.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는 Carpe diem(지금을 즐겨라)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무한한 신과는 다른 유한의 인간인 스스로를 잊지말고, 

신을 공경하며 오만해지지 말고 오직 현재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고등학교 시절, 학급 임원으로써 교실 미화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였다.

지나치게 수험공부에만 매진하느라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딘지, 

내가 왜 이렇게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는 친구들과 함께였던 그 때, 

교실 벽면에 커다란 글씨로 Carpe diem을 붙였다.

지금 이 순간 생생히 살아있기를 원했던 마음으로 다같이 오려붙였던 글자들. 

그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친구들의 장례식에 참석해야만 하는 날들은 이어졌다.

유난히 사고사도 많았고, 자살을 선택한 친구도 있었다.

짧은 인생, 그들이 간직했던 불꽃은 무엇이었을지, 그 때의 교실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힘이 드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

승리에 기쁨에 젖어 있는 사람,

무기력한 우울 속에 허우적대는 사람,

수많은 처지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바로 다음 순간 어떤 일이 있을 지 조차 모르는 인간일 뿐.

죽기를 각오하라. 당신이 쌓아온 단단한 껍질들이 무너져 내릴 때, 비로소 당신은 새로이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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