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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Jan 07. 2024

카라반 캠핑장 VIP가 되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은 언제나 환영 받는다

남편과 나는 따로 짐을 챙겨 떠나는 캠핑은 다니지 않는다. 남편이 짐을 가득 싸들고 떠나는 여행보다는 단촐하게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과정 전체보다는 임팩트 있는 순간만을 즐기는 내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캠핑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이라면, 차가운 밤바람과 나무타는 냄새와 소리, 숯불에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와 차가운 날씨에 꼬들하게 익힌 라면과 얼큰한 국물, 그리고 정취있는 음악과 술, 딱 그정도다. 주변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가는 길에 들릴만한 코스는 어떠한지, 맛집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쉽게 캠핑장에 도착하고, 즐거운 경험을 나누고, 다음날 아침 해장라면까지 끓여 먹고 나오면 그날 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


그런 나에게 가장 만족스런 캠핑장은 '북한산 카라반'이다.  이제껏 약 4차례 이상 방문한 것 같은데 이 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집에서 운전해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캠핑장 룰이 엄격한 편이라서 지금까지 한번도 주변의 소음 때문에 불편했던 적이 없었으며, 카라반 내부와 공용시설 모두 매우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이번에 한번 더 느꼈던 건, 캠핑장 도착 후 예약자 성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가 몇번이나 재방문한 고객이라는 것을 기록을 통해 확인한 후, 그에 따른 보상으로 저녁에 피울 숯을 공짜로 서비스해줌과 동시에 더 크고 넓은 카라반으로 업그레이드해준 점때문이다. 예상 못한 환대에 감동받은 남편과 나는 앞으로도 쭉 이곳을 애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몇 군데 다른 캠핑장도 다녀본 경험이 있지만, 이 곳처럼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은 만나지 못했다. 캠핑장을 관리하는 분들이 여럿이고, 안내해주는 분은 방문할 때마다 달랐지만 그들이 설명하는 방식과 서비스는 모두 똑같았고, 그러한 경험은 안정감을 주었다.


매뉴얼을 잘 만들고, 규칙이 엄격히 지켜지도록 관리하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적절한 시기에 제안하는 센스까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은 특이한 컨셉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설계된 시스템'으로 가능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덕분에 행복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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