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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26. 2024

도덕경 25장 모든 건 자연을 닮아

자신을 알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따라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25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무언가 뒤섞여 있어 하늘과 땅(우주 / 세계)보다도 먼저 생겨난 것이 있는데, 적막하고 공허할 뿐이다. 단독으로 존재할 때에는 그 (형태에) 변경이 없고, 두루 운행할 때에는 (그 움직임에) 위태로움(벗어남)이 없으니, 천하(우주)의 어미(시초)라 하겠다.


나는 그 이름(실체)를 모르지만 굳이 따지자면 ‘도’라 부르고, 억지로 이름을 붙이고자 하면 ‘큼’이라 부르니, 크니 움직이고, 움직이니 멀어지며, 멀어지니 되돌아온다.


그리하니 도가 크고, 하늘이 크며, 땅이 크고, 왕이 크다. 그 네 가지 큰 영역 중 하나에 왕이 있다(그중 하나가 왕이다 / 왕이 그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은 땅을, 땅은 하늘을, 하늘은 도를, 도는 자연(스스로 그러한 상태 또는 체계)을 본받는다(좇는다).



해설


무언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실체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노자는 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 있다고 말한다. 4장에서는 이 무언지 모를 존재(어떤 개체라기보다 우주의 근원이란 의미에서)가 하느님(신 또는 그러한 인격의 존재)보다 먼저 있었다고 보았다.


여기에서는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겨났다고 말한다. 하늘과 땅 역시 이 세계를 의미한다. 세계를 빚어낸 이 최초의 존재가, 적막하고 공허할 뿐인(무엇이라 특정지을 수 없는) 이 존재가 변함없이, 그리고 벗어남 없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항존하는 무엇이 있다고 본다.


노자는 이를 가리켜 ‘도’라 부른다고 선언한다. 이성적으로 규정할 수 없고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존재를 가리켜 도라 부르고, 또한 큼이라 불렀다. 여기에서의 ‘큼’이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가리키는데,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결국 우주 자체 또는 존재 자체이다.


무엇이 되었든 도가 ‘큼’에 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늘도 ‘큼’에, 땅도 ‘큼’에, 왕도 ‘큼’에 해당한다. 큰 건 모두 크다. 궤변 같지만 ‘큼’이라는 범주에서 보면 모두 크다. 나 스스로 무한히 크다 여기면 나의 존재는 곧 우주의 크기만큼 커질 수 있다. ‘큰 사람이 되라’ 할 때의 그런 ‘큼’이다.


노자는 이 무한한 차원의 내용을 유한한 차원의 세계로 끌고온다. 바로 ‘왕관의 무게’, 곧 왕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왕은 땅만큼이나 하늘 만큼이나 도 만큼이나 큰 자리이니 그에 마땅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도이다. 그것이 천명이다. 왕이 될 운명 또는 명분.


인간은 지구라는 유한의 세계에 존재하지만 결국 우주라는 무한의 일부로 존재한다. 노자는 다시 유한의 차원을 무한으로 끌어올린다. 결국 인간도 땅도 하늘도 도도 우주 자체가 가진 법칙에 따라 오고 가기 때문이다. 노자는 그것을 본받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도는 스스로 그러하고 본래 그러하다. 우주가 원래 그러하듯 그 체계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듯. 인간은 100년도 채 안 되는 삶을 이곳 지구에서 살아갈 뿐이다. 그러하니 도가 스스로 그러하듯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을알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따라. 그것이 인간의 ‘자연’이다.


난 그저 진짜 나로부터 비롯되는 원칙들에 따라 살려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drawing-margotro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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