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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n 01. 2024

도덕경 26장 무겁고 잔잔하게

절제와 규율 그리고 책임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26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잔잔함은 섣부름의 임금이다. 그리하여 성인은 종일 말이나 수레에 실은 짐을 떠나지 않고, 비록 호화로운 눈요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곳을 무덤덤히 바라보고 초연할 뿐이다.


어찌하여 만승지주(만 대의 수레를 가진 임금, 다시 말해 큰나라의 임금)가 자신보다 천하(세상)를 가벼이 여기는 것일까. 가볍게 굴면 그 근본을 잃고, 섣부르게 굴면 그 왕좌를 잃을 것이다.



해설


옛어르신들은 사람이 무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26장은 바로 그 무게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중함 또는 진정성. 그런 것들을 가리켜 ‘인간의 무게감’이라 부른다. 사람을 저울에 달면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다시 말해, 그 사람의 인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확정할 수 있을까.


노자는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잔잔함은 섣부름의 임금이라 말한다. 말이나 수레에 실은 짐은 곧 자신이 지켜야 할 무엇이다. 온갖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할일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잠깐의 유혹에 흔들려 자신의 책무를 잊거나 책무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삼국지에는 서주를 지키던 장비가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맹세를 저버리고, 술을 마시고 횡패를 부리다 여포에게 서주 성을 빼앗긴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일로 유비는 세력도 크게 약해졌을 뿐 아니라, 아내와 자식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잠깐의 유혹에 빠진 장비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 것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이다.


재능보다 중요한 건 태도이다. 태도가 부족해도 재능이 뛰어나면 그만이라 여길 수 있으나, 사실 태도가 곧 재능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그 일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대충 하고 말지, 하는 마음가짐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지도자에겐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한편으로, 가볍게 굴면 그 근본을 잃고, 섣부르게 굴면 그 왕좌를 잃을 것이니, 경거망동 하지 말란 의미이기도 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참고, 찬찬히 몇 번을 들여다보고 가더라도 늦지 않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했다. 매사 신중할 순 없지만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속담 대잔치?)


무언가를 가지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 백 억이 있다 해도 그것을 관리하지 못하면 자기 것이 될 수 없다. 로또가 되어도 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그렇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지만, 부자가 자신의 부를 계속해서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부를 관리하는 노하우와 부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확실해야 한다.


절제와 규율, 성공을 향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두 단어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 절제와 삶의 규율이 없으면 자신을 조절할 수 없고 욕망과 감정에 휘둘릴 것이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야 애를 쓰지 않고도 자기를 통제할 수 있고, 장비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부와 풍요는 그렇게 유지되는 것이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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