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은 그렇지 못할지라도
"오, 하느님!" 이반이 소리치더니 긴 의자에서 일어섰다.
"두시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에게 얘기하는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 미안하지만 전화가 어디 있죠?"
...
십오 분 후에 류힌은 완전히 혼자서 정어리 접시를 감싸듯 웅크리고 앉아 보드카를 한잔씩 마셔가면서, 자기 자신을 조금씩 더 이해해갔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잊으려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시인은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며 보낸 밤을 허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되돌려놓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로지 등불에서 위로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난 뒤에야 그는 다시 되돌려놓을 수 없게 밤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웨이터들은 서둘러 테이블보를 잡아당겨 걷어냈다. 베란다를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고양이들은 아침의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시인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날이 밝아버렸다.
-미하일 불가코프's '거장과 마르가리타'
지난밤 시인 이반은 정신병원에 갇혔고 시인 루힌은 자신에게 악의를 가진 적으로 판명된 사람을 동정했고 그로 인해 우울했다. 누군가는 목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 차가운 아연판 침대에 누워있었고 또 누군가는 치마에 떨어진 해바라기씨 오일을 빨아내느라 고생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폭신한 거위 이불속에 몸을 파묻고 침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거나 애인의 목덜미에서 살내음에 취해있을지도 모른다. 밤은 불공평하게 지나가버린다. 너무 빨리, 혹은 지나치게 천천히. 그럼에도 아침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떠오른다.
지난밤은 잊으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