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외부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팩트풀니스는 정말로 좋은 책이었다.
책에서 경계하는 수많은 본능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뭔가 미묘한 것을 이해할 때 심플한 개념과 문장으로 퉁치려는 유혹은 상당하다. 복잡함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대신 훨씬 더 빠르게 세계를 잘 이해한 것 같은 느낌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유튜브에서 '이것은 이것 때문이다' 류의 단정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지적하듯 현실을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단순함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우리의 이해도는 실체로부터 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수명과 소득의 4단계 프레임’은 지나친 흑백논리에 빠질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명쾌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친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저 뉴스는 지나치게 공포본능을 자극하네”, “방금 그 관점은 부정본능에 입각한 것 같아”, 또는 “소강사회는 소득 3단계 정도를 의미하네” 등으로 활용되는 걸 보니, 아주 유용하고 친절하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빅데이터의 시대라고들 하고 많은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하지만 단순히 통계만 많이 수집하고 숫자를 읽는 능력에 매몰되기보다, 사실충실성이 무엇이고, 그에 근접해지려는 방법 자체를 먼저 배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는 다급한 마음속에 정해진 답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한껏 합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구절들을 메모하며 마친다.
-비난할 사람을 찾기보다 시스템을 봐야 한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나쁜 뉴스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낙천주의자와 가능성 옹호론자는 다르다
-고소득의 목표는 단지 돈을 많이 벌거나 오래 사는 데 있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