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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론 Jun 18. 2023

2023년 상반기를 지나며

회사와 일상에서 배운 점들

믿을 수 없지만 벌써 상반기가 끝나간다.

날짜분기선이 무슨 의미가 있냐 싶다가도, 그래도 또 이렇게 지난 시간을 묶어서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는가. 상반기에 느낀 점들을 기록해 둔다.



1. 조직의 방향성은 피드백과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다.

나는 현재 회사에서 제품조직 리드를 맡고 있는데, 작년 말부터 회사에서 조직장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고민했고 탁월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설정했다.

여러 분야의 Product Head 분들을 만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잡은 키워드는 Product Ownership이었다. 이는 장기전략상 회사에 필요한 역량이기도 했고 내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가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Product Ownership은 한 도메인에 대해 주어진 Task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를 더 확장해서 해결하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발굴해 내는 것이었다. 즉 delivery조직에 그치지 않고 value creator 조직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회사와 몇 차례의 논의를 통해 방향성에 합의했고, 조직의 2023년 목표로 설정했다.


연초부터 조직 타운홀 등을 통해서 메시지는 강조를 해 왔지만, 이것이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최근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피드백이다. 메시지를 반복하고, 해당 행동이 발견되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강화하고, 기대치에 비해 미비하면 더 요구한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다. 내가 생각하는 Product Ownership을 주체성의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누었고, 조직 내 직군들인 PM, Product Designer, UX Writer의 직무 평가항목으로 녹였다. 


감사히도 조직의 방향성에 함께하는 리더분들이 공감해 주셨고 성공적인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피드백도 더 성숙하게 해야겠고 시스템이 더 잘 동작하도록 고도화해야겠지만, 스스로 만들고픈 조직에 한 발자국 정도는 다다 갔다. 하반기에는 더 구체적인 성취들을 견인하고, 개개인별 기대치 설정과 피드백이 좀 더 체계화될 수 있도록 해봐야지.

 


2. 내 판단을 믿고 가끔은 직접 뛰어들어도 된다.

어느 정도 조직이 커지면서부터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누군가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게 하라는 기대치를 받게 된다. 100명 이하 규모에서는 문제 해결을 동시다발적으로 잘한다고 칭찬받던 덕목이 400명이 넘는 조직에서는 오히려 개인기로 버티는 리더라는 한계로 비치는 것이다. 내 경우는 이 피드백을 여러 번 받았는데, 위임 강박 같은 게 생길 지경이었다. 다행히 작년부터 다양한 역량을 가진 리더분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진적으로 위임이 작동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모든 원칙이 그렇듯 절대적인 건 없었다. 위기상황을 비롯한 몇몇 상황에는, 일단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결국 조직장의 최종 책임은 성과이다. 2분기에는 전사의 많은 리더들이 빠르고 날카로운 성과를 위해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여러 상황을 극복하고 크고 작은 성취들이 나오고 있다.

급하다고 모두가 직접 실무를 진행하고 마이크로매니징하는 게 장기화되면 문제지만, 특수 상황에는 판단을 해서 깊숙이 들어가서 치고 빠지는 것도 괜찮다는 걸 경험해 봤고, 배웠다.



3. 원래 여러 번 두드리는 게 기본이다.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고 계속 두드리자.

비교적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그동안 살면서 가능한 선 안에서만 요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절과 맞서 싸운 적이 아주 많지 않았었다.

이번 상반기에는 거절이나 의심과 부딪히는 일들이 종종 생겼다. 이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부정적인 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는 저항을 뚫고서라도 해내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뭔가를 열심히 제안한 후 단칼에 거절당하는 것이 굉장히 힘 빠지고 실망스러웠는데, 실망을 딛고 제안을 여러 번 반복하니 공감대가 생기고 일이 진행되는 경험들이 있었다. 어떤 일들은 더 많은 준비와 논리가 아니라, 그저 시간과 반복을 필요로 한 것이었다. (약간은 세뇌의 영역도 있는 것 같다.. 당장은 별로인 거 같아도 집에 와서 샤워하면서 다시 떠올려보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사람들은 다 바쁘고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공감대가 없는 게 디폴트이다. 여기에 기운 빠질 필요는 없다. 믿는 바가 있다면 상대방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유와 멧집을 가지고 계속해서 두드리자.



4. 불안이라는 연료가 없어도 꺼지지 않을 퀘스트를 만들자. 

마지막 항목은 일보다는 삶의 카테고리이다. 최근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겪는 스스로의 변화들을 목격하고 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주말에 약속이 서너 개씩 있고 모임과 탐험,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평생 파워 E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는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는 일들이 상당히 뒷전으로 밀렸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히 결혼준비로 바빠서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행동의 기제가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만큼 결혼이 주는 근원적인 행복과 안정감이 크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이라는 기제가 사실은 상당 부분 불안 때문(덕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대로 멈추면 안 돼, 충분하지 않아"라는 결핍과 불안이 상당히 큰 엔진이었다.


이제 인생의 절반 정도를 지나왔다. 이제는 불안이 아닌 다른 기제로 계속해서 성장을 추구하도록 메커니즘을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 주변에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자기 관리와 학습을 갈고닦으며 반짝이는 부부들을 많이 봤다. 이들을 롤모델 삼아 새로운 "다음 단계에서 만날 나"를 설정해야겠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여전히 나에게는 성장이 중요한 주제이지만, 당장의 선명한 성장이 보이지 않아도 조금은 더 버티고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반기에는 현재 추구하는 것들을 어느 정도 열매로 거두면서 다음 퀘스트를 뚜렷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우선 하반기 레이스를 위해 다음 주에는 휴가를 다녀오자!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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