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의 균열
17살, 평범한 얼굴과 평범한 체격.
도유진은 늘 그렇듯 학교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어제의 괴롭힘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분노와 억울함이 꼬리를 물며 밀려왔다.
“이봐, 도유진. 뒤지게 약해 보이네.”
권태훈이 친구들과 함께 유진 앞에 섰다.
키가 크고, 얼굴엔 늘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돌았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냉기가 숨어 있었다.
친구들은 권태훈의 장난에 맞춰 유진을 조롱했고, 작은 책가방을 발로 차며 웃었다.
유진은 화를 참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마음속에 쌓인 분노는 단단한 댐처럼 폭발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것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한 방울이 떨어지자, 주변의 공기가 이상하게 흔들리는 듯했다.
권태훈이 던진 장난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가 막 들고 있던 책가방이 바닥에 떨어지지도 않았다. 유진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뭐가?”
교실로 돌아와도 이상한 점은 계속되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던 사건들이 기억 속에서 이상하게 뒤틀리고, 전에 없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유진은 손을 잡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게… 내가 한 거야?”
며칠 뒤, 그 사건을 곱씹던 유진은 또 한 번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화, 슬픔, 외로움이 뒤섞인 순간,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기억 속 일부가 사라지고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자신이 기억하던 장면이 달라졌고, 친구들의 말과 행동에도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그때,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난 선배, 이서윤이 나타났다. 차분한 미소와 안정된 눈빛.
그녀는 유진을 보고 곧바로 말했다.
“도유진, 네가 경험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네 감정과 기억이 실제로 변할 수 있는 능력과 연결되어 있어.”
유진은 입을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직감이 말했다.
어제의 사건과 오늘의 혼란, 그리고 눈앞의 미묘한 변화가 단순한 상상이 아님을.
“능력이라니… 내가?”
유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맞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기억은 너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운 마음속에, 동시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스며들었다.
이제 그는 알았다.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것이 아니며, 선택과 책임의 무게가 함께 따라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유진은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을까?”
그 눈빛 속에는 공포와 결단,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선택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