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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중입니다. 기다려 주세요.

by 고채윤



방금 막 아침수업이 끝나고 머리를 정리하려고 학교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꺼내 들었다.

아직 스페인어를 배운 지 이제 2개월이 조금 넘어가는 나에겐 스페인 대학 수업은 확실히 어렵다.

가끔 내가 피곤할 때는 평소엔 좋아하는 스페인어가 방해처럼 들리기도 한다.


스페인에도 다양한 유형의 교수님들이 계신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늦고 능청스럽게 굴어도 그냥 신경 안 쓰고 넘어가는 형

본인 얘기만 하고 정작 수업 내용은 안 가르치다가 우리 보고 알아서 조사해오라는 날먹형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열정적인 유형 등

다양하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말과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고된 수업이나 정말 긴 하루를 보낸 날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옆에서 응원해 주는 스페인 친구들을 보면 또 스페인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음대이다 보니 수업들도 음악사, 악기의 역사 화성학 이런 과목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 보니 전문용어들이 난무하고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다.

인공지능이 좋아져서 수업내용을 한국어로 다 번역해서 보긴 하지만 확실히 쉽지는 않다.




근데 요즘 내가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는 말이 있다.

그냥 하자.


나에게 닥친 해야 할 일들과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마주할 때마다

조금은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그냥 하자 그냥 해


이 말에는 대충 하자는 뜻이 있는 게 아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할거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받으니 머리를 비우고 그냥 하자는 것이다.



기타를 10년 정도 공부를 하고 연주를 하니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기타라는 스킬을 하나 갖고 있으니 다른 일을 도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연재를 하는 것은 10년 동안 기타를 쳐온 나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줬다.

내 마음속에 항상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래서일까 요즘은 글을 써서 커버 표지를 고르는 과정이 새로운 작품을 골라 어디서부터 연습할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막상 내가 도전할 새로운 일을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우연히 글을 쓰는 일을 발견한 것처럼

계속 그 방향에 대해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한다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또 찾아오지 않을까 믿고있다.


기타를 시작한 날부터 거의 지금까지 음악가가 될 거라 의심도 없이 확신했지만

새로운 움직임이 느껴진다.

또 미래에 내가 어떤 모습을 바뀌어있을지 나조차도 이제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는 알 수 있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굉장히 나다운 색깔이고 특별할 거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진로를 고민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는 것은 결국에는 나의 색을 찾는 과정이니깐.


오늘의 스페인어

Mañana será un día mejor.
(만냐나 쎄라 운 디아 메호르)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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