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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Oct 31. 2021

엄마의 존재감

부모가 된 후, 특히 엄마가 된 후 "나를 잃었다" "내가 없어진 것 같다"는 우울감을 토로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각종 매체에서도 '부모가 된 후 달라진 것들', '이상과 현실' 리스트를 나열하여 공감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리고 싶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사랑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엄마"라는 자아가 굳건히 새워져 과거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단단해졌다. 게다가 나는 지금 한 가정을 경영하고 있다. 내가 바로 CEO다. 내 아래 (남편을 포함하여) 세 명이 있다.

여태껏 한국 사회 문화는 돈 벌어오는 사람을 가장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돈 버는 사람은 돈만 벌면 된다. 그런데 나는, 그 돈으로 가정을 운영한다. 가정은 생산보다 소비의 주체이므로 어떻게 쓰느냐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안에는 의, 식, 주의 문제가 다 들어있고, 협력업체(양가 부모님들과 친지)들과의 관계나 아이들 교육 등 업무 분야가 문어발 처럼 많다. 돈을 버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그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육아의 중요함은 두 말할 것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육아는 육체노동이고, 감정노동임과 동시에 대단한 지적 노동이다.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훈육하고, 놀이하기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그냥 되는 것이 없다. 살아감에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과거와는 다르다. 지금은 하다못해 장난감 하나를 선택하는 것까지 주양육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자로서 스스로 느끼는 가치보다 아이들은 우리를  크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엄마는 우주다. 내가 바로 우주다. 나의 눈빛과 몸짓,  한마디에 아이들은 행복해하기도 하고 세상을 잃은  울기도 한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한들 나의 영향력이 이리도 절대적일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어느 때보다 성실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과정에서  또한 성장하는 중이다. 엄마라는 위치가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이유다. 혹시  결정 앞에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용기를 내라고, 이보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직업이 어디 있냐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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