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전 영어 단어 편: 영어 단어는 한자와 같다 (MD33000)
‘영어 공부, 단어가 답이다!’ 말이 있다. 어느 언어를 막론하고 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면 문법적 구성을 모른다고 해도 해석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 독해만 보더라도 습득한 어휘량이 많다면 읽기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한국에 태어나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에도 잘 드러나듯이 단어 먼저 익히도록 되어있다. 문장 전체를 이해하기 전에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핵심 의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단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헤아리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영어 공부에 빠질 수 없는 단어 암기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같다고 했을 때 그 총량대비 효율적인 암기 방법을 통해서 잊어 버리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시간 절약의 열쇠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지성 암기보다는 가성비 있게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는 마치 정상을 향해 등산을 있는데 좀 더 빠른 지름길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같은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 쉽사리 잊어버리지 않는 암기 방법은 이만큼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는 지도가 되게 때문이다.
공교육 과정 속에서 수도 없이 고배를 마셨던 영어공부는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숙제였다. 어려서부터 생각하고 사색을 좋아했던 터라 수학 공부만 좋아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오로지 수학이 너무 좋아서 이 과목만 공부했었다. 그래서 이것을 공부하기 위해 막연히 고등학교에서도 이과를 지원했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한 과목만을 공부했던 패턴이 오히려 앞길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게 막았다. 수능 때문이었다. 수학 한 과목 만 잘해서는 원하는 대학교 및 학과를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고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때 너무나 시간이 없었다. 영어 공부에 구멍이 너무나 깊게 생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때부터 영어에 자신감이 없었고 기피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만 공부했는데 이것을 통해서는 원하는 대학교를 갈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의고사 점수가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이때 당시를 떠올리면 항상 주장했던 것이다. ‘수능 시스템의 피해자!’ 라고 말이다. 맞았다. 어느 특정 한과목만 상대적으로 타과 목에 비해 잘한다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잘하는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수학능력시험에서는 낙오자라고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총 점수가 필요로 하는 이 시스템에서는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 문턱은 절대적으로 좁아져 있거나 닫혀 있었다. 아직 사회에 뛰어 들기도 전에 영어 점수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이 상황은 필자에게 큰 좌절감을 줬었다.
자존심을 상할 대로 상한 터라 이렇게 다짐했었다. ‘영어를 꼭 공부 해야 해?’ ‘영어 말고 중국어를 차라리 공부하겠어!’ 이를 악물고 최대한 영어를 피하는 길을 선택하여 대학교 학기 중에는 중국어 강좌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어와는 친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인생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꼭 필요하다면 영어 대신 다른 중국어를 선택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한국 취업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인사담당자가 요구하는 조건이 적게나마 ‘토익’ 또는 ‘토익스피킹’ 점수였기 때문이다. ‘토익?’ 그렇다. 영어였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는 영어가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더 이상 고집을 부려 영어를 스스로 멀리한다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큰 무렵 결심을 했다. ‘그래! 영어 공부 해보자.’ 늦은 나이에 결정한 것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하는지 감이 안 왔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자 시도를 해봤지만 수학적 머리를 가지고 있던 터라 외우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막연히 외우는 방법은 이미 수도 없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이들을 수소문하여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해야 이 많은 단어를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어요?’ 이 질문에 한 선배는 간결하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 회독이 정답이야!’ 단어를 다 외웠다고 느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게 정상적이니 단기 기억에서 머물지 말고 장기기억화 하라는 의도였다.
그리고 ‘MD33000’ 단어 책을 추천했다. ‘영어 단어 한자와 같아’ 라고 어필하는 책 저자로부터 단어를 재미있게 외우도록 도와줬다. 단어 – 뜻과 같이 단순 암기를 넘어서서 어휘의 뉘앙스와 쓰임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영어의 기원이 라틴어, 그리스어 그리고 게르만에서 유래 됐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 자체라고 해도 ‘접두어(prefix)’, ‘접미사(suffix) 나 ‘어근(root)’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두 가지 이상의 의미의 단어들이 조합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마치 우리도 실생활에 사용하고 한자 어휘들이 그 뜻 자체로만 본다면 합쳐진 형태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단어를 그저 ‘텍스트(text)’가 아니라 ‘이미지’화 해서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학습하는 부분도 또한 재미가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 장, 두 장 단어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면서 암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다음도 확인하는 태도로 변화가 되어갔다. 더욱이 이 책에 수록된 방대한 단어를 노트에 필기 하기 보다는 눈으로 읽고 말을 하면서 소설 책 읽듯이 넘어가다 보니 성취감도 느꼈다. ‘깜지’ 형태로 특정 단어를 빠른 시간 내에 암기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렸던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공부 방법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혁신이었다. 한 번 암기했던 단어에 대해서 잊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받아들이니 마음도 편안했다.
이렇게 어느새 1회독을 끝마쳤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지난날의 과거를 회상하면 막연히 외어와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영어 단어 암기에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암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마치 영어공부 보다는 중국어를 선택하고자 했던 필자의 눈에도 영어가 한자단어처럼 보이는 것은 그리 이상할 일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