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화면 사진 한 장
윈도 바탕화면 사진이 또 바뀌었다. 이번에 올라온 것은 하얀 나무 사진인데, 자세히 보니 나무의 옹이가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처음엔 자작나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설명에는 이 나무가 아스펜, 즉 사시나무이며 미국 유타주 피시레이크 국유림에 있는 거대한 단일 개체 판도(Pando)라고 한다.
'사시나무 떨 듯이 떤다'는 표현의 그 사시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다. 긴 잎자루 덕분에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바스락거리며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에서 비롯된 비유다.
이 하얀 나무 숲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사방에서 나를 쳐다보고 수군거릴 것만 같다. 밤에도 하얗게 빛나 어둡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이 나무를 자작나무로 착각한 건 하얀 나무껍질 때문이었다. 하얀 수피를 가진 나무들은 주로 북유럽, 시베리아, 캐나다 같은 혹독한 지역에 분포한다. 추운 기후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다. 하얀색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겨울 햇빛이 강렬하게 반사될 때 나무껍질이 타들어 가는 것을 막아준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는 일광 화상을 막아주는 천연 갑옷인 셈이다.
이 사진을 보며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떠올랐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곳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조성된 인공 숲이다.
하얀 수피의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모습은 마치 시베리아의 숲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 《닥터 지바고》가 떠올랐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던 시절,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의정부까지 가서 봤다. 왜 굳이 그곳까지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하는 빨간 폴라티를 급하게 말려 입고 갔던 기억은 생생하다.
아마 교외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닥터 지바고》는 온통 하얀 영화였다. 하얀 눈과 하얀 나무. 당시엔 그 나무가 자작나무인지 몰랐지만, 어른이 되어 알고 난 후에도 그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라라의 테마는 멜로디가 너무 좋아 라디오에서 나오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려 애쓰기도 했다.
지금도 그 멜로디는 귀에 선하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유리가 라라를 살리기 위해 그녀를 떠나보내는 순간이었다. 마차가 떠나는 방향으로 따라가며 바라보던 유리의 모습은, 파르르 떨리는 아스펜의 잎처럼 슬프고 애틋했다.
이번 가을엔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 다녀와야겠다. 유리와 라라의 사랑을 다시 기억하면서.